항상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나와 초. 중. 고교 동창이고 고등학교 때는 같은 하숙집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다가 내가 대학원 진학 관련해서 통화를 한번 한 적은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둘 다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재회했다. 그 친구는 일류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하게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한 후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 그 친구와 나는 동병상련인지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의 인도로 성당에도 다니게 되었다. 얼마 전 그 친구와 얘기하던 중 중학교 교사는 정당 가입이 금지되어 있다면서 아쉬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교사의 정당 가입이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헌법 7조 2항을 거론했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도 그 조항을 찾아보았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래서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의 개정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뒤져 관련된 내용을 살펴봤다. 관련 법률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으로 판결이 난 것이었다. 입법자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헌법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는 통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고 이를 통한 공정한 공권력의 행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헌법 조항은 오히려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수단이 된 건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법률 개정으로 교사의 정치적 자유가 회복되었으면 한다.
얼마 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정국이 혼란했던 때가 기억난다. 검사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헌법 12조 3항이 거론되었다.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조항 역시 오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불법적인 체포. 구금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 것 같은데 당시 검사의 수사권을 명시한 근거 조항이 되었었다.
이처럼 지금의 헌법은 거의 사십 년 전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아도 손색이 없는 조항들도 있고 그동안 국민의 인권 신장에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