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쓰는 집사 Nov 21. 2024

87년 체제

항상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나와 초. 중. 고교 동창이고 고등학교 때는 같은 하숙집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다가 내가 대학원 진학 관련해서 통화를 한번 한 적은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둘 다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재회했다. 그 친구는 일류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하게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한 후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 그 친구와 나는 동병상련인지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의 인도로 성당에도 다니게 되었다. 얼마 전 그 친구와 얘기하던 중 중학교 교사는 정당 가입이 금지되어 있다면서 아쉬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교사의 정당 가입이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헌법 7조 2항을 거론했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도 그 조항을 찾아보았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래서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의 개정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뒤져 관련된 내용을 살펴봤다. 관련 법률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으로 판결이 난 것이었다. 입법자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헌법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는 통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고 이를 통한 공정한 공권력의 행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헌법 조항은 오히려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수단이 된 건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법률 개정으로 교사의 정치적 자유가 회복되었으면 한다.

얼마 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정국이 혼란했던 때가 기억난다. 검사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헌법 12조 3항이 거론되었다.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조항 역시 오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불법적인 체포. 구금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 것 같은데 당시 검사의 수사권을 명시한 근거 조항이 되었었다.

이처럼 지금의 헌법은 거의 사십 년 전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아도 손색이 없는 조항들도 있고 그동안 국민의 인권 신장에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소년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