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지 주거환경은 다양하다.
한국은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거의 비중이 전체의 60% 정도로 높다.
땅이 넓은 미국은 개인주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 뉴욕이나 LA 같은 거대도시 중심부는 한국의 원룸과 오피스텔 같은 스튜디오형식의 소형 주거공간이 많다. 좀 더 큰 사이즈로 아파트와 콘도미니엄도 있다. 그리고 100년 이상 오래된 고층주거건물이 신축건물과 함께 공존한다.
나는 한국에서 주로 전형적인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다. 최근 미국에서 LA근교 아파트에 생활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집값은 한국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도 한국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집값이 많이 올랐다.
내 거주 지역은 LA도심에서 15킬로 정도 외곽이다. 25평 크기로 총 30세대 아파트인데 가장 높은 층이 3층이고 내가 거주하는 곳은 2층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아파트보다는 개인주택에 가깝다. 보다 더외곽으로 나가면 가격은 점점 더 저렴해진다.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학이 4개 정도 있다. 걸어서 갈만한 마켓들과 메인업무지구도 가깝게 있다. 한국과 비교할만한 유사한 지역은 수도권의 1기 신도시 정도다. 내가 한국에서 1기 신도시에 오래 살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LA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은 아파트도 총 3층높이에 30여 가구 정도인 곳이 많다. 10층이나 15층 정도의 아파트는 매우 드물다. 주변은 개인주택과 공동주택 비중이 반반정도다.
건축한 지 30여 년 된 미국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다른 점들을 느꼈다.
음식물을 포함한 생활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일과 상관없이 큰 봉투에 함께 담아서 정해진 시스템에 버린다.
작은 음식물쓰레기는 싱크대에 설치된 기계에 갈아서 하수시설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한국처럼 음식물쓰레기를 모아서 따로 버리지 않는다.
한국처럼 경비실이 없다. 아파트 관리실이 별도로 없지만 공동출입구에서 가까운 세대에 관리인(Mamager)이 거주한다. 주방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관리인에게 요청하니 전문업체를 불러서 해결해 주었다.
세탁기는 층마다 설치된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비용은 30분에 4000원 정도다.
한국처럼 아파트발코니 외부에 별도의 새시창호를 설치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한국처럼 빨래를 발코니에서 건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가구는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물을 가꾸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LA지역이 기후가 쾌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의 공동주택 보안시스템은 디지털도어록이 대부분이다. 미국은 지금도 열쇠를 사용한다. 보통 2개로 공용출입구와 개인용으로 사용한다. 대형마트에 열쇠를 복사하는 기계도 있다. 익숙해지니 열쇠를 사용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편물함도 세대별로 열쇠를 사용하여 열어서 안정감이 있다.
실내조명은 최소로 사용한다. 천정에 거실등이나 안방등이 없고 주로 간접조명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일부 아파트 등에
천장등을 적용하기도 한다. 낮에는 자연광이 너무 밝아서 실내에 블라인드를 불투명한 재료를 사용한다. 암막효과도 가능하다.
빌트인가구와 전기제품은 임대조건마다 다르겠으나, 주방조리기구는 가스나 열선코일 기능의 오븐을 사용한다. 투박하지만 아날로그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욕실과 화장실은 매우 실용적이다. 작은 욕조를 유리문으로 구분했다. 기본적으로 건식이고 천정에서 히터를 틀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적응하니 쾌적하다.
히터와 에어컨시스템은 호텔 같은 원리로 건축 시 반영해서인지 기기는 보이지 않고 천장에 벤트레이션홀만 있다. 벽에 빌트인 된 컨트롤러만 조작하면 된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경험해 보니 100여 년 전 아파트의 개념을 최초로 개발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다"라고 했던 글이 생각난다. 그리고 임대가 대부분인 미국에 맞는 합리적인 주거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은 내가 직접 거주한 특정지역에 해당하지만 큰 시스템은 미국 전체가 동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