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선진성에 대한 척도 중 하나로 공공시설물을 들 수 있다. 한국은 20여 년 전부터 서울시청 광장을 시민에게 스케이트장 등의 공공시설물로 제공하였다. 또한 버스전용차선 실시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의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와 같은 공공시설물을 개선하고 있다.
스트리트 퍼니처는 거리와 도로를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이다.나는 이 분야를 연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관심이 많다. 이번글을 통하여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이에 대하여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는 4계절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온화한 편이라 공공시설물도 특색이 있다.
먼저 버스정류장 주변에 세트로 구성된 시설물이 특이해 보였다. 많은 도심의 버스정류장은
건널목 주변에 배치되어 버스정류장 사인물과 함께 신호등 조작시설물과 분전함, 벤치, 쓰레기통, 자율주차미터기 등이 있다.
분전함은 도로의 신호체계를 컨트롤하는 큰 박스형태의 시설물이다. 한국의 경우 회색계열 금속재질로 전단지등이 붙어있기도 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돌기가 있는 디자인으로 커버하기도 한다. 미국은 일부 분전함박스 전체를 각각 특색 있는 그래픽을 적용한다. 무심코 보면 그냥 그래픽조형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전단지 등을 붙이지 않는 것 같다.
이곳은 교통신호체제도 다르다.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널 때 자동으로 신호가 바뀌는 곳은 드물다. 건널목에 설치된 장치에 보행자가 직접 버튼을 누르거나 손을 흔들어 인식시키는 장치(Push or Wave at Button이라고 쓰여있음)가 있다. 만약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이걸 모른다면 계속 기다려도 보행신호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보행자가 장치를 인식시키면 시각장애인등을 위하여 그위치를 음성으로도 안내해 준다. 이런 시스템으로 차량의 흐름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것 같다.
벤치는 주로 3인용, 검은색의 금속재질로 튼튼하고 관리하기 쉬워 보인다. 버스정류장, 도로, 공원 등에 여유 있게 설치되었다. 주변에는 큰 쓰레기통이 많아서 1회 용 음식물 포장재 등을 버리는데, 분리수거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율주차미터기는 주요 도로마다 충분히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상가를 잠시 이용하는 자가운전자들이 주차하고 결재하는 시스템이다. 자가운전자들이 많아서 곳곳에 주차전용건물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 주차공간에 여유가 충분해 보인다.
가로등은 다양한 디자인이 많고, 많은 건물에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가로등의 빛이 강하지 않아 보인다.
공공용 자전거와 킥보드도 한국처럼 도심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함께 사용한다. 도로면과 사인물에 자전거 전용 표식은 있지만 도로 간에 별도의 거치대는 없다. 이 구간에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와 같이 달리는 것을 보면 좀 불안해 보인다. 일반 자전거를 위한 거치대도 거리와 건물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의 거치대보다 자전거 간격을 넓게 디자인하였고 1대를 위한 거치대도 있다.
지역건축물들이 오래된 건물들과 신축건물들이 비교적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 어울리도록 스트리트퍼니처의 디자인을 결정한 것으로 느껴진다. 건축물은 쉽게 바꿀 수 없으니 시설물을 설치할 때 건물에 맞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국의 스트리트퍼니처를 좀 더 짧게 요약한다면 “도시경관 전체를 고려한 모던클래식”이라고 하고 싶다. 미국은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일반적인 삶의 현장에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과 첨단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