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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dentally Feb 19. 2024

자회사 발령 거절은 곧... (1/2)

하지만 유학생은 존버에 강한 생물이다.

2번의 이직 끝에, 신입 취준 시절 원하던 대기업 계열 종합 광고 대행사에 경력직으로 들어온 지 2.5년 만에 내가 몸 담던 팀이 날아갔다. 말 그대로 조직 폐쇄가 되어버렸다. 소속팀도 없고 팀장도 팀원도 없는 나는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현재 팀이 자회사로 분리된다는 얘기는 작년 3월부터 들려왔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어느샌가 정규직 팀원보다 계약직 팀원들이 더 많아졌다. 야근도 많은 광고 종류를 다뤘기에, 야식을 시켜먹을 부서비와 매일 번갈아가는 야근으로의 야근교통비가 항상 부족했다. (나중에는 부서비가 없어 야근 시 저녁을 시켜먹지 못해, 개인 지출로 해결하거나 차라리 재택을 하라는 오더도 내려졌었다, 그 대기업 대행사라는 곳에서..)

이때까지 자회사 설립이 되면 현재 팀과 정규직 팀원은 그대로 남아있고, 계약직 팀원 전원은 정규직 전환으로 해당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사소하고도 작은 생각이었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광고주의 인정, 매끄러운 업무 진행과 더불어 계약 연장까지 따놓은 상황.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상위권자의 면담이 이어졌다. 

(입사 2.5년을 통틀어 해당 상위권자 B와의 접점은 2번 있었다 - 그것도 위의 사수 2명이 모두 퇴사했을 때. 그 이후 나를 찾지도 부르지도 않은 B였다)


면담은 간단했다. 

무조건 현재 팀의 모든 계약직은 물론 정규직까지 다 보내야 하는 상황인 걸로 들었다. 

그러다 보니 B는 금전적인 조건들을 나열하면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퇴직금, 위로금, 꽉 막힌 대기업과는 자유로운 분위기, 복지는 동일하게 갖고 가지 못할지 언정 비슷하게끔 느끼게는 해주겠다 등...

하지만 꿈에 그리던 대기업 계열사에 들어온 나로서는 2.5년 만에 이동할 이유도 이익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찾지 못했다. 자회사로 전출된다는 것은 1.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 후 2. 재입사하는 것이란다. 

이미 2번의 이직 (1번은 빛의 속도로 RUN)을 경험해온 나로서는 내 이력서를 더는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B는 왜 그렇게 사명에 집착을 하느냐고 물었다. 

상위권자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광고를 시작한 이로써는 대기업 간판이 클 수밖에 없다. 뭘 하고 싶느냐는 말에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공유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 외에 다른 조직, 부서, 팀에 나에게 맞는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제까지 쌓아온 역량을 다시 증명하고 그리고 만에 하나 이야기가 잘 되서 옮기게 된다 해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불편할 것이고, 무용지물이라고 느낄 것이다. 결국엔 그런 사람은 퇴직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워낙 B가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2번의 면담, 4번의 영입 (B 외의 상사 4명으로부터의 영입) 끝에 나는 결국 자회사 합류를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작년의 나는 몰랐다. 이런 결정이 나를 얼마나 고립되고 외딴 섬으로 만들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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