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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dentally Feb 19. 2024

자회사 발령 거절은 곧... (2/2)

외딴섬의 소나무도 언젠간 떠날 수 있을까

당장 면담 이후 달라진 점은 크게 없었다.

23년 5월부터 리딩하고 있는 프로젝트 PM 역할을 계속하며 연말 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사 발령, 자회사 전출 발령이 되었다.


현재 소속된 팀은 조직폐쇄가 되었고, 남기로 한 팀원들은 그 어떤 팀의 소속이 아닌, '조직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우리 팀의 정규직 00명 중 4/5 인원수가 자회사로 가는 선택을 했다. 물론 자회사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한 팀원들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었을 테이다 - 급전, 커리어, 성장 - 개개인의 가치관과 의견이다.


반면 나를 포함한 남기로 한 팀원들은 끊임없는 면담을 통해 상위권자 포함 인사팀 및 회사는 우리에게 그 어떤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회사는 소속이 없어진 직원을 책임지지 않는다.
그 말은 즉 슨, 어떻게든 빠르게 발품을 팔아야 했다. 평소에 관심 있었던 팀, 자주 연락하는 동기, 스쳐 지나가면서 인사했던 옆 팀 팀장님 등.. 회사 메신저로 모두가 연락을 시작했다. 연말 시즌을 맞이해 사내공모 공지도 기재되어 지원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인맥과 적극성 (운도 포함이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이 모두 충족되어야 소속될 수 있는 팀에 이동할 수 있다. 수많은 면담을 통해 다른 조직 소속인 '나'라는 직원에 대한 역량 증명을 하고, 인사팀과 발령받을 팀, 그리고 나를 발령시켜 줄 조직에서의 합이 맞아떨어져야 소속을 찾을 수 있다. 강조하지만, 여기서 운도 큰 역할을 한다.


나는 대체로 '운'이 지지리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내가 버린 복권으로 누군가 당첨이 되고, 새 신발을 신으면 소나기가 내리고,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까지 지키던 동전 지갑은 소매치기에게 털리는... 그저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이다.




사내공모 1번과, 네트워킹 과정 3건을 거친 현재 시점, 난 여전히 그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물론, 나와 함께 남았던 팀원들은 다행히도 발령되었거나 곧 발령 대기 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같은 처지라도 풀려서 다행이지만 불안한 마음도 커진다.  


사람을 좋아하는 MBTI를 가진 나로서, 혼자서 '남은 자들의 공간'을 지키기에는 너무나도 외롭다.

베니스 무라노 섬의 유리보다 더 깨지기 쉬운 게 나의 멘탈이다. 툭하면 와장창 깨지는.. (그래도 본드로 붙이면 잘 붙는 편이다. 그만큼 회복력이 강하다 ㅋㅋㅋ)

사내공모라도 면접은 잘 보는 편이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수요와 공급이라는 공식이 항상 안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만히 있기보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발품 팔아보고, 또 상위권자도 찾아가 봤다.

상위권자 B를 따르는 K의 말로는 발령 거절을 한 나를 B가 '회사가 어느 팀에든지 나를 배정해 주겠지'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는 있는 아이로 근 두 달간 생각을 해왔단다. 억울했다.


자회사 발령은 말 그대로 강요가 아닌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그 선택을 존중할 줄 알았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말 그대로 책상이 화장실 옆만 아니지 정말 딱 그 상황이다.

이것이 대기업 계열 종합 대행사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인가 깊게 생각하게 된다.


커리어 상 제일 중요한 나의 근속연수 - 이곳에서 나의 멘탈을 포기하고 이력을 챙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멘탈 회복을 하면서 성장하는 길을 찾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외딴섬의 한 그루의 조용하고 고고한 소나무가 된 지금, 나만의 작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섬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바람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매우 초조한 하루를 보내는 내가 부디 잘 견뎌주길 오늘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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