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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연 Mar 23. 2024

07. 언젠가는 허리

워킹맘의 숨 쉴 시간, 달리기

지난달, 몇 분 정도 쭈그려 앉아서 바닥을 정리하다가 일어났을 뿐인데, 왼쪽 허리에서 뿌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병원에 가보니 급성 요추염좌라고 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요추염좌란, 허리뼈 또는 관절이 비틀리거나 꺾여 관절을 싸고 있는 막이나 인대, 근육 등이 부분적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허리를 삔 거란다.


이런 걸로 허리를 삐다니 어이가 없었다. 쭈그려 앉는 게 허리에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살림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사실 내 허리는 일 년에 한두 번씩은 말썽을 부린다. 처음 허리를 다친 건 3년쯤 전, 팬데믹으로 실내 체육시설이 폐쇄되었다가 오랜만에 필라테스 센터가 문을 열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업무를 하다가 수업에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충분히 몸을 풀지 못했다.


Rolling like a ball 동작을 하는데 왼쪽 허리 뜨끔 통증이 느껴졌다. 괜찮아질 줄 알고 운동을 끝까지 마치고 사무실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웬걸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놀라서 정형외과를 가보니 뼈에는 문제가 없지만 근육이 놀랐다고 했다. 지금껏 롤링 라이크 어 볼을 수십 번은 했을 텐데 몇 달 쉬었다고 허리를 다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스트레칭을 전혀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하루 정도는 냉찜질을 하였다. 통증이 사라져도 2주 정도는 규칙적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해서 3주 정도는 운동을 다 쉴 수밖에 없었다. 생활에 활기도 사라지고 답답했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다시 운동을 해도 다고 한 후에는 허리 강화 운동을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하다가 다쳤다고 해서 필라테스를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 2회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 동작 하나하나 할 때마다 가동범위가 어디까지 나오는지, 통증은 있는지 점검하였다. 담당 선생님은 유용한 조언을 해주었다.

“허리를 강화하려면 코어 전체를 단련시키는 게 좋아요. 복근 운동도 꼭 해주세요.”


주말을 이용해 피티도 받았다. 담당 트레이너는 맨몸 데드 리프트가 허리를 단련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추천해 주었다.

“어디가 아프다고 안 쓰면 더 약해져요. 저도 웨이트 하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천천히 단련시켰더니 거의 예전으로 회복됐어요.”


달 정도는 배운 대로 허리 재활 훈련에 힘썼다. 하루에 5분이라도 스스로 코어 트레이닝, 데드 리프트를 했다. 물론 평소에 앉아있거나 서있는 자세도 신경 썼다. 허리에 좋은 운동을 하는 것만큼 안 좋은 동작을 안 하는 것도 중요했다.


이렇게 했는데도 그때 다친 왼쪽 허리가 만성적인 부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다행히 처음만큼 통증이 심하거나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지난 4년 동안 달리기를 멈추게 한 가장 큰 요인은 허리 부상이었다. (야근이 더 큰 원인일 수 있지만 통제불가능하니 빼자.) 


허리를 다친 이후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페이스 8’ 30” 정도로 3km 뛰었다. 페이스는 1km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40대 여자 초보 기준 5km 평균 페이스가 6’ 12”인걸 감안하면, 8’ 30”는 걷는 속도와 다름없다. (출처는 Running level 이란 사이트다.) 내가 너무 몸을 사리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뛰던 거리나 속도를 회복하는데 한 달도 넘게 걸렸다.


힘들게 기껏 회복해 놓으면 다시 다치기도 하고 야근이 계속되어 한동안 러닝을 못하기도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야 했다. 허탈했지만,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해 우직하게 그 사이클을 반복했다.


나의 달리기 생활이 지금껏 이어진 걸 보면, 내 몸의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부하를 늘려가는 방법이 통하긴 했나 보다. 올해는 연초에 이미 다쳤으니 더 이상 부상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은근슬쩍 자세를 고쳐 바로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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