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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수 Mar 13. 2024

당신도 춘천을 사랑하나요?

서울 밖 사수 인터뷰 | 춘천 청년 커뮤니티 춘뿌리 대표 나길 (1)

에디터 소피의 말

여기 춘천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무연고자이자, 프리랜서이고, 춘천 청년 커뮤니티를 열혈히 운영 중인 사람이다. 과연 춘천은 어떤 곳이길래. '지역만족도가 5점 만점이라고?' 21년도에 전국청년활동가를 조사할 당시 충격을 받았던 지역,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지역이 바로 ‘춘천'이었다. 궁금하다, 연고 없는 지역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이.




첫 번째 서울 밖 사수

춘천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커뮤니티

<춘뿌리> 대표 나길

edited by 소피

서사수 인터뷰 진행 사진 <나길> ⓒ서사수


안녕하세요, 나길님 반가워요!

나길님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실래요?


저는 프리랜서 강사 일을 하고, 춘천 청년 커뮤니티인 '춘뿌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라서 매일매일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고, 일을 안 하는 날에는 오후에 하루를 시작하곤 해요.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저녁 이후부터 작업을 해요. 그 시간에 집중이 잘 되다 보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요. 강의가 있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기도 해서 편차가 되게 커요(웃음)


보통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밖을 나가고, 집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누군가와 함께 하곤 해요. 제 일상에는 사람이 늘 함께 하거든요. 혼자 ‘내일 일찍 일어나서 뭐 해야지’ 하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려면 약속을 잡는 식이에요. 모임을 만들게 됐던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진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사람을 모으고, 그 모임의 리더 역할에 저를 넣으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춘뿌리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걸까요? (웃음) 그럼, 춘천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건가요?


원래는 충북 진천에서 나고 자랐고, 20살 되자마자 서울로 상경해서 한 7년 살았었어요. 춘천은 20년도 3~4월쯤 직장이 생기면서 이주를 하게 됐고요. 제가 학원에서도 일을 하는데요. 서울에서 알게 된 원장님께서 춘천에 학원을 오픈하고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일단 두 달만 일해볼 생각으로 오게 되었어요.


춘천 공지천에서 산책하는 나길의 모습 (사진 제공_나길)

두 달만 일해볼 생각으로 왔는데,

벌써 4년이에요!

4년 동안 춘천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요.


춘천에서의 삶이 괜찮았어요. 춘천에 와서 제가 산책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서울에서는 산책이 마음먹고 해야 되는 투두리스트 같다면, 춘천에서는 걷고 있는 게 일상이에요. 그 말이 즉 ‘여유가 있다’는 의미인 거예요. 나만 여유로운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 여유로워요. 여러 곳에서 살아봤지만, 여유라는 걸 몸소 느낀 건 춘천이 처음이었어요.


제가 나고 자랐던 진천은 할 게 없어서 느낄 수 있는 여유였다면, 춘천은 지루한 게 아니라 할 것도 있는 상태의 여유로움이었어요. 춘천에 마임 축제라는 큰 축제가 있는데,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일상 공간 100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춘천마임백씬’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우연히 산책을 하다가 ‘걷다 보는 마임’을 보게 되었는데, 일상에서 이런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새롭더라고요. 그 이후로 마임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춘천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서울에서는 일이 많아서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닐까요?


서울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역 자체가 주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딱 서울역만 내려도 사람들이 앞만 보거나 앞도 안 보고 바쁘게 걷고 있고, 지하철에서도 행복한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고, 카페만 가도 다들 뭔가 몰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은 주말에 누워 있는 걸 못해요.


만약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서울에서 살면서 했으면 지칠 것 같아요.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쉬어야 되는데 못 쉴 것 같거든요. 저는 평소에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많이 가는 편이에요. 장거리 출장도 가기 때문에 저녁이 되어야 집에 도착할 때도 있는데, 도착해서는 춘뿌리 커뮤니티 친구들을 만나요. 춘뿌리를 만나는 시간은 제 에너지를 쓰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채우는 시간이거든요. 



강사 나길의 모습 (사진 제공 _나길)

지금은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면서 출장을 자주 다닌다고 하셨는데, 춘천 내에는 강사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 있었나요?


춘천 내에는 아직은 없어요. 2021년도에 학원을 그만두게 되면서 우연히 프리랜서 강사 일을 시작했어요. 원래는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프리랜서 강사 일을 시작하면서 그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왜 꼭 내가 사는 지역에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아닐 수도 있는 거네?’라고 받아들이게 된 거죠. 덕분에 저의 직업이 더욱 확장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가 일자리 다음으로 '집'이잖아요. 

춘천에서 처음 집 구할 때 어떻게 구하셨는지, 집 구하는 방식에 있어 서울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서울에서는 보통 직방 / 다방 / 피터팬으로 집을 구하잖아요. 그런데 춘천에는 매물이 너무 없는 거예요. 알고 보니 <춘천 부동산25시 카페>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집 바로 앞에 있던 책방에서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줬던 정보였어요.


처음 집은 ‘어차피 두 달 살 거니까’ 하는 마음이어서 딱 한 개 보고 계약했어요. 그러다 정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춘천 부동산25시 카페>에 키워드 알림부터 등록해서 알림 뜨자마자 바로 보러 갔고, 너무 좋아서 바로 계약했어요. 거실, 방 3개, 화장실 2개, 베란다도 2개, 세탁실 따로 있고, 이런 조건에 보증금 1000에 월세 45로 구했어요. 제가 춘천 와서 만족하면서 사는 것 중에 하나가 이거예요. 서울 살면서는 거주지에 대한 만족도가 늘 낮았는데, 춘천 와서는 비슷한 가격에 훨씬 만족도 높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춘천에 대한 만족도랑 수익에 대한 만족도는 어때요? 5점 만점에 평점을 매긴다면?


저는 사실 좀 후한 편이라서 항상 둘 다 5점. (서울 살 때도 다 5점이었어요.)(웃음) 저는 그 안에서 만족할 요소를 찾는 편이라 만족했던 거고, 순수하게 만족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춘천에서는 순수하게 만족하는 게 5점. 춘천에서 살면서 제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확실하게 5점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자기와 맞는 지역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에겐 춘천이 그런 지역인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나다워지는 지역이에요.


나길님께 '사는 곳'은 어떤 걸 의미하나요?


저에게 사는 곳은 ‘관계의 연결’을 의미해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곳!


저의 삶에서 ‘연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저는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춘천에서 열심히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고, 그동안 찾고 있던 제 역할을 만나 충실히 임하고 있는 중이에요. 춘천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지역이라고 느껴요. 춘뿌리를 만나면서 더욱 삶이 풍요로워졌고, 앞으로 춘천에 열심히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싶어요.


춘천에서 자랑하고 싶은 사람 / 장소 / 맛 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 춘뿌리 모임 사진 (2), (3) 의암호 산책길 (사진 제공 _나길)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뿌리' (춘천 커뮤니티 춘뿌리 멤버 이름) 들을 자랑하고 싶은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나 싶을 만큼 좋은 사람들만 모여 있고, 혼자서 운영할 수 있는 이유가 그만큼 이들의 지지와 참여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춘천문화재단 강승진 센터장님' 춘천문화재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직원분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조직에 애정을 갖고 일을 할까'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리더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접 일해보지 않았지만 왠지 뭔가 대단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실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보았어요. (웃음) 아, 실제로 항상 같이 일하는 분들이 칭찬을 많이 하고요!

'마임 축제의 강영규 감독님'. 그 감독님도 진짜 마임을 진심으로 좋아하시고, 이 지역을 위해서 뭔가를 열심히 도모하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장소는 '석사천'이랑 '의암호 산책길'이에요. 의암호 산책길은 춘천 사람들끼린 송암이라고 부르는데, 송암은 산책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야 되는 곳이에요. 석사천은 쭉 이어진 산책길이고요. 일단 석사천이 좋은 거는 의도하지 않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아까 제가 말했던 그 춘천에 처음 와서 이게 여유구나 했던 그 길이 산책 석사천이에요.


맛은 '명가 호반 닭갈비'. 치즈 밥말이라고 볶음밥 안에 치즈 넣어서 말아주는 게 있는데 여기밖에 없어요. 누룽지를 만들어서 안에 치즈를 넣어주는데 아주 맛있어요.


다른 지역의 사수님들께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제가 아까 춘천에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다른 지역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 지역에서 사수님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저한테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저는 춘천에서 나다운 사람, 행동력 있는 사람, 리드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나요?


그러면 이제 나길님이 리드하시는 커뮤니티 <춘뿌리>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있길래 덕분에 춘천이 좋아졌는지 궁금해요. 

다음 편에서 이어서 들어볼게요!



 다음 콘텐츠가 궁금한가요?

나길 사수가 왜 춘천 커뮤니티 춘뿌리를 기획했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하셨죠? 그 썰은 다음 콘텐츠에서 풀게요!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고, 춘천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다음 글을 기다려보아요. 서울 밖 사수 나길 인터뷰 2편 보러 가기 



 사수에게 질문해요!

✼사수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질문을 수집해 답변글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질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작성 부탁드려요 :)

서울 밖 사수 나길에게 묻다.


나길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agil_02.09?igsh=MXAwbXoyMncxdnlhMw==




에디터 소개


로컬생활자 소피 | @local.sop

사람이 필요한 지역과 기회가 필요한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획자 & 에디터를 꿈꿔요. 정착할 곳을 찾아 여러 지역을 넘나들고 있고,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 3년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승선 | @choi_welcome

지역과 공간이 주는 경험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전공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에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 서울밖사수
모든 자원이 서울로 몰리는 나라에서 서울 밖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밖의 자리를 사수하는 사람들을 찾아 더 많은 서사가 다양한 지역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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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outofseoul.sss@gmail.com
인스타그램 @seo4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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