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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Apr 25. 2024

감정 쓰레기통.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계획하지 않았으나 계획한 것처럼, 고민 없이 타로 메이저 카드에 맞춰 글을 올렸다. 그 핑계로 내 감정을 내던지고 싶었다는 걸 몰랐다.

'홀로 일어선 아이'를 연제 하며, 진짜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간 이곳에서 헤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질었던 마음들로 인한 상처를 빌미로, 그 상처들이 쌓여 화물차에 수북이 쌓인 다양한 모양의 낡은 쓰레기 같은 (?) 것들을 폐허에 몰래 내던지고 도망가는 꼴 마냥, 나는 이곳에 감정을 버리고 싶었구나 깨달았던 거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야 할 감정들도 섞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런 걸 따질 겨를도 없었고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목적 자체가 '털자' 였으니.


무료 이미지 사용 / Claus Grünstäudl 님 사진.



 이곳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겼으니, 읽다 보면 인상이 찌그러졌을게 뻔했다. 그럼에도 20편 넘게 업로드하는 동안에도 몰랐다.

내가 글을 빌미 삼아 이곳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하느라, 내 마음이 더 썩어가고 있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마음마저 병들게 하고 있음을.

감정 다이어트 글을 쓰고, 연제 2장 '진짜' 고아가 될 뻔한 사건을 쓰고, 알았다. 내 글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나부터 내 글을 사랑하지 않는데, 내 글이 나를 사랑해 줄 리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어떤 작가님들은 거북한 글을 읽고도 댓글까지 남겨주셨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제야 깨닫다니. 부끄럽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해서 오늘부터 '홀러 일어선 아이' 연제 글을 대하고 다루는 마음과 똑같이 쓰기로 다짐했다.

내 감정을 이곳에 버리듯 내던져서 감정에게도 미안하다. 나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 글을 마주한 모두의 감정에게.

그래서 오늘은 모교 근처 카페에 가서 차 마시며 대출받아 온 책도 읽고, 번데기 장사하던 범어사역 7번 출구. 그 자리도 사진 찍어 담아 보려 한다.

미안하다. 미안했다. 이젠 진심 다해 아끼며 사랑으로 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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