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계획하지 않았으나 계획한 것처럼, 고민 없이 타로 메이저 카드에 맞춰 글을 올렸다. 그 핑계로 내 감정을 내던지고 싶었다는 걸 몰랐다.
'홀로 일어선 아이'를 연제 하며, 진짜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간 이곳에서 헤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질었던 마음들로 인한 상처를 빌미로, 그 상처들이 쌓여 화물차에 수북이 쌓인 다양한 모양의 낡은 쓰레기 같은 (?) 것들을 폐허에 몰래 내던지고 도망가는 꼴 마냥, 나는 이곳에 감정을 버리고 싶었구나 깨달았던 거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야 할 감정들도 섞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런 걸 따질 겨를도 없었고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목적 자체가 '털자' 였으니.
무료 이미지 사용 / Claus Grünstäudl 님 사진.
이곳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겼으니, 읽다 보면 인상이 찌그러졌을게 뻔했다. 그럼에도 20편 넘게 업로드하는 동안에도 몰랐다.
내가 글을 빌미 삼아 이곳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하느라, 내 마음이 더 썩어가고 있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마음마저 병들게 하고 있음을.
감정 다이어트 글을 쓰고, 연제 2장 '진짜' 고아가 될 뻔한 사건을 쓰고, 알았다. 내 글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나부터 내 글을 사랑하지 않는데, 내 글이 나를 사랑해 줄 리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어떤 작가님들은 거북한 글을 읽고도 댓글까지 남겨주셨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제야 깨닫다니. 부끄럽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해서 오늘부터 '홀러 일어선 아이' 연제 글을 대하고 다루는 마음과 똑같이 쓰기로다짐했다.
내 감정을 이곳에 버리듯 내던져서 감정에게도 미안하다. 나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 글을 마주한 모두의 감정에게.
그래서 오늘은 모교 근처 카페에 가서 차 마시며 대출받아 온 책도 읽고, 번데기 장사하던 범어사역 7번 출구. 그 자리도 사진 찍어 담아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