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씩씩한 클라이머 Mar 13. 2024

정말 산 넘어 산이네

벽&볼륨 사용하기, 아웃사이드 스텝, 2주 동안의 노력

1. 벽에 부딪힌 느낌

3-4회 차 강습은 아주 유익했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벽에 부딪혔다고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1월의 어느 날에 체험 강습을 통해 클라이밍의 세계에 첫 발을 디딘 후 내가 한 모든 경험이 대체로 즐겁고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강습 때 배운 손&발 바꾸기가 어렵기는 했지만 도저히 못하겠다고 느낄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고, 강사님이 팔의 피로도를 푸는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느껴보라며 수십 번 시킨 연습도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기에 오히려 뿌듯했다. 그런데 3-4회 차 강습 때 벽&볼륨 사용하기와 아웃사이드 스텝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막막함을 느끼게 됐다.


2. 벽&볼륨 사용하기

3회 차 강습 때는 벽&볼륨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웠다. 홀드를 밟을 때와는 달리, 벽&볼륨을 밟을 때는 수직으로 힘을 주면 발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암벽화의 앞부분을 사용해서 수평으로 밀듯이 밟아야 한다. 발 홀드의 위치 때문에 제대로 삼지점 자세를 만들 수 없을 때 한쪽 발은 홀드 대신 벽을 사용하면 더 정확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이론을 먼저 배우고 벽 사용 실습에 들어갔는데, 배운 대로 한쪽 발은 홀드에 올린 후 골반을 벽에서 약간 떼고 반대쪽 발의 암벽화 앞부분으로 벽을 밀었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발이 미끄러졌고 발이 미끄러지는 게 무서워서(무슨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래 매트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홀드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니 금방 손과 팔이 아파왔다. 2회 차 강습 때와 동일한 연습을 했지만 한쪽 발로는 계속 홀드가 아니라 벽을 밟았더니 순식간에 난이도가 몇 배는 올라간 느낌이었다. 제일 쉬운 난이도로 재밌게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제일 어려운 난이도에 진입한 것 같았달까...?


한쪽 발로는 벽만 밟으면서 볼더링 문제를 푸는 연습도 했는데, 마지막에는 탑 홀드를 잡으려다 손에 힘이 풀려서 매트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직 벽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나는 발로 홀드를 못 밟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홀드만 밟을 수 있으면 이런 문제는 이제 식은 죽 먹기인데!


3. 아웃사이드 스텝

4회 차 강습 때는 드디어 전부터 궁금했던 아웃사이드 스텝을 배웠다. 아웃사이드 스텝은 엄지발가락 바깥쪽을 사용해서 홀드를 밟는 기술로, 홀드에 방향성이 있을 때홀드가 멀리 있을 때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이론을 먼저 자세히 배운 후에 강사님의 시범을 보고, 지구력벽에서 강사님이 가리키는 홀드를 사용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웃사이드 스텝으로만 연습 코스를 끝내는 연습을 했다. 그런데 연습 코스를 몇 번 반복해도 발을 사용하는 게 헷갈리고 자세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아닌가! 아웃사이드 스텝을 사용하면서 발을 이동할 때는 순간적으로 발을 인사이드로 바꿨다가 다시 아웃사이드로 바꿔서 이동해야 한다는데, 내가 가는 방향으로 발을 이동하려면 어느 발이 아웃사이드가 되어야 하는지가 특히 헷갈렸다. 강사님이 자세를 하나하나 고쳐주면서 정말 자세히 알려주셨는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했다. 몸이 힘드니 자세가 무너지는 것도 큰 문제였다.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강사님에게 "저는 아무래도 돌머리인 것 같아요"라고 푸념했더니 아웃사이드 스텝은 원래 많이들 헷갈려하는 기술이고, 초보자들이 제일 많이 포기하는 시점이 아웃사이드 스텝을 배울 때라고 말씀하셨다.


4. 이렇게 포기할 순 없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4회 차 강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강습을 10회까지만 채우고 그만 받아야 하나? 이제 기본적인 건 배웠으니 볼더링을 하러 가서 쉬운 문제만 풀면 대충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으려나?' 같은 나약한 생각을 했다.


벽 밟기와 아웃사이드 스텝을 계속 연습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탑 홀드를 잡기 직전에 힘이 빠져서 떨어진 것도 조금 부끄러웠고, 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속상했다. 3회 차 강습 전에 강사님에게 빨리 힐훅이랑 토훅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중급 테크닉을 입에 올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밖에서 걸으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일부러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안 그래도 얼얼한 다리를 조금 더 혹사시켰더니 마음이 진정돼서 우울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역시 울적할 때는 숨이 차는 운동만큼 기분 전환에 좋은 게 없다!).


나는 이제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두 달 좀 넘은 왕초보이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강습을 받는 건데 좀 못하면 어때? 안 되면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하면 되지!


야심 차게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달 좀 넘었는데! 여기서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특단의 조치

4회 차 강습을 받은 날, 지구력벽에서 아웃사이드 스텝을 연습하다가 중간에 실패하는 꿈을 꾸고 분통이 터져서 씩씩거리면서 일어났다(꿈에서라도 한 번쯤은 성공할 만한데 또 실패하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그리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3-4회 차 강습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지구력 향상과 충분한 연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력이 좋아지면 강습 때 반복해서 연습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력벽에서는 내가 잘 못하는 벽 밟기와 아웃사이드 스텝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1. 자주 가서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지구력 암장을 찾아 홈짐으로 삼기

2. 매주 한 번 이상 지구력과 기본기 연습하기: 여유 시간이 있을 때는 전처럼 볼더링을 하러 가는 대신 지구력과 기본기를 연습하는 데 집중했다.

3. 헬스장에서 팔·어깨··코어 운동과 유산소 운동 더 열심히 하기: 나는 유산소 운동을 하다가 숨이 차면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쉬는 편이었는데, 지구력을 조금이라도 늘리겠다는 일념하에 숨이 차고 힘들어도 속도를 줄이거나 쉬지 않고 호흡에 신경 쓰면서 내가 정해둔 시간까지는 어떻게든 참고 버텼다.

4. 암벽화 새로 사기(!): 맨 처음에 샀던 초급화인 라스포르티바 타란튤라와 발 바꾸기를 배울 때 타란튤라의 뭉툭한 앞코가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에 새로 샀던 테나야 탄타보다 더 편하고 접지력이 좋은 암벽화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강사님은 대여화를 신고도 어려운 문제를 가뿐하게 푸시지만 나는 신발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었다!


틈틈이 집과 가까운 지구력 암장 두 곳을 찾아 방문하고, 센터장님의 코칭을 받으며 더는 홀드를 쥘 힘이 없을 때까지 지구력 연습과 무게 중심을 옮기는 연습, 두 가지 스텝을 사용하는 연습도 하고, 예쁘고 편한 새 암벽화(스카르파 벨로체)도 장만했다. 그리고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와 유산소 운동도 열심히 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지겨워져서 클라이밍을 시작한 건데, 클라이밍을 잘하고 싶어서 다시 헬스장에 열심히 가게 되다니 웃긴 일이다.


결과적으로 5회 차 강습 때는 지난 3-4회 차 강습 때 뭐 하러 그렇게까지 속상해했나 싶을 정도로 벽을 밟는 것도 잘 됐고, 아웃사이드 스텝도 그럭저럭 잘 사용할 수 있었으며, 지구력도 확실히 늘었다고 느꼈다.


5회 차 강습을 마치고 지쳐서 바닥에 앉아있다가, 문득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턱끝까지 숨이 차서 그만하고 싶은데 유산소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고역이었고, 지구력 연습을 하고 온 날에는 손바닥이 까지고 팔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정신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겠지만, 이번에 한 경험을 토대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 #4 벽&볼륨 사용하기, 아웃사이드 스텝


(1)  사용하기

이동하려는 손의 반대쪽 발로 벽을 밟는다

엄지발가락이 아니라 발 앞꿈치를 사용하고,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힘을 준다(발 앞꿈치를 벽에 대고 미는 느낌)

발 뒤꿈치를 내리고 골반을 벽에서 조금 떼야한다. 골반을 벽에 너무 붙이면 발에 힘이 수직으로 가해져서 미끄러지게 된다

볼더링 시 벽을 사용하는 연습: 시작 홀드를 잡은 후 어느 쪽 손을 뻗을 건지 생각하고 반대쪽 발로 홀드 대신 벽 밟기 → 발 정리 → 손 이동


(2) 볼륨 사용하기

벽을 밟을 때와 마찬가지로 발 앞꿈치로 볼륨을 밟고 뒤꿈치는 내린다

볼륨의 아랫부분을 밟아야 안정적이다

볼륨의 윗부분을 밟으면 몸이 벽과 너무 가까워져서 미끄러질 수 있다


(3) 아웃사이드 스텝

엄지발가락 바깥쪽을 사용하는 발 기술

골반과 무릎이 한쪽 방향을 향하고 뒤꿈치는 바깥을 향한다

주요 사용 상황: 홀드에 방향성이 있을 때(즉, 홀드를 위·아래가 아니라 옆이나 대각선으로 잡아야 할 때), 홀드가 멀리 있을 때 등

발의 역할: 아웃사이드로 트는 발은 앉았다 일어나는 역할, 반대쪽 발은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주는 역할

아웃사이드 스텝 사용 중에 발을 이동할 때는 골반을 정면으로 틀고 발을 인사이드로 바꿨다가 다시 아웃사이드로 바꾸면서 이동한다. 이때 발을 확실하게 인사이드로 바꿔야 발 이동이 더 쉽다!


작가의 이전글 5. 진짜로 열리더라고요, 뚜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