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화가 벌써 다섯 켤레라니?!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이밍 강습을 받기 시작한 후로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힘들 때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너무 즐겁고 신났던 이 시간을 오랫동안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결산글을 써본다.
1. 이제까지 배운 기술: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스텝, 손 & 발 바꾸기, 볼륨 & 벽 사용하기, 하이 스텝(데드 포인트)
2. 제일 배우기 힘들었던 기술: 아웃사이드 스텝과 벽 사용하기 중에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데, 아웃사이드 스텝은 연습할 때 왼발/오른발 중 어느 쪽을 아웃사이드로 틀어야 하는지가 계속 헷갈려서 내 아이큐가 갑자기 두 자리가 된 건 아닌지 의심했었다. 벽 사용하기는 연습할 때 발이 자꾸 미끄러져서 무서웠지만 암벽화를 바꾸고 발 앞꿈치를 벽에 어느 정도 대고 밀어야 벽에 발이 잘 붙는지 대충 감을 잡게 후로는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강사님에게 나는 발 홀드의 위치가 별로라 제대로 삼지점 자세를 만들 수 없을 때도 벽을 사용하지 않고 자꾸 홀드를 밟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의식적으로 벽을 자주 사용하려고 한 덕분인 것 같다!
새로운 클라이밍장에 갔을 때 벽이 미끄러워서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몇 번 있었는데 "아, 여기서 벽을 밟으면 자세가 딱 좋은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3. 이제까지 구매한 암벽화 수: 다섯 켤례(라스포르티바 타란튤라 → 테나야 탄타 → 라스포르티바 띠어리 → 스카르파 벨로체 → 라스포르티바 스콰마 비건). 홀드에 발이 착착 붙는다길래 볼더링을 할 때 신으려고 구매해 둔 띠어리는 아직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신을 수가 없고 착용감이 벨로체와 띠어리의 중간쯤 되는 스콰마는 지구력 연습할 때 한 번 신어봤는데 힐컵이 너무 깊어서 발 뒤꿈치가 까지는 바람에 다시 상자에 넣어뒀다. 벨로체를 산 후에는 벨로체만 계속 신고 있는데 적응 기간이라는 게 필요 없을 정도로 편하고 발가락으로 홀드를 밟는 느낌이 그대로 나는 게 정말 좋다! 앞부분이 다운토 형태가 아니라서 초급화로 신기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4.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강사님이 홀드를 알려줄 때는 잘 되다가 혼자서 하려니 계속 중간에서 막혀서 답답했던 지구력 연습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끝냈을 때.
코스 사진을 찍어가서 집에서 계속 보면서 머릿속으로 어디서 무슨 홀드를 잡고 무슨 홀드를 밟을지 시뮬레이션도 하고, 지구력 연습도 더 열심히 했는데 그다음 강습 때 바로 성공해서 정말 뿌듯했다.
5. 힘들었던 순간: 아웃사이드 스텝이랑 벽 사용하는 걸 배울 때. 클라이밍 강습을 10번만 딱 채우고 그만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을 정도로 왕초보의 클라이밍 인생에 있어 제일 큰 위기였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잘 이겨냈다.
6. 클라이밍장에 제일 오래 있었던 시간: 3시간 정도. 강습을 받으러 가면 강습 시간과 개인 연습 시간을 포함해서 1시간 반 정도 있다가 오는 편인데, 지구력 연습을 하러 가면 더 오래 있는 편이다. 연습 중간중간에 수다를 떨면서 쉬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 것 같다!
7. 제일 좋아하는 클라이밍장: 지구력 연습을 하러 다니는 내 마음속 홈짐. 어디인지 쓸 수는 없지만 지구력벽이 아주 다양해서 연습하기 좋고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마음이 든다. 고수분들이 많아서 모르는 걸 여쭤보면 친절하게 잘 알려주신다.
제일 좋아하는 곳까지는 아니지만 강습을 받으러 다니는 클라이밍장도 자주 갔더니 익숙해져서 집처럼 편안하고 좋다.
8. 재밌었던 일: 지구력 연습을 하러 새로운 클라이밍장에 갔다가 우연히 강사님이 내가 어릴 때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 집을 보러 가실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연습 중간에 쉬면서 강사님이랑 그 동네에 관한 얘기를 실컷 하고 맛집 추천도 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