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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19. 2024

나는 왜 쓰는가 하고


내 앞에 놓인 흰 종이는

끝내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펜 끝에서 흐른 묵은 울음들이

조용히 스며들 뿐이었다


어쩌면 쓰는 일이란

스러진 별빛을 모아

하나의 창을 여는 일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의 조각이 흔들릴 때마다

그 조각들을 엮어 바람막이를 만드는 일


나는 묻는다,

왜 그토록 말이 필요했는지

침묵이 내게 위로였던 날들에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붙들고

무언가를 세우려 했는지


아마도 쓰는 것이란

내 안의 텅 빈 방을 채우고

그 방을 열어

누군가에게 작은 쉼이 되는 일


그래서 나는

쓰고 또 묻는다

나는 왜 쓰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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