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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하린 Aug 26. 2024

와인 좋아하세요?

와인이 어려운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고급진 술은?]

와인은 무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가장 고급진 술로 일컬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주종으로, 와인을 떠올리면 '어렵다', '고급지다', '복잡하다', '비싸다' 등의 단어가 연상되곤 한다. 사실 와인은 가장 고급술인 게 맞다. 최근 '로마네 꽁띠'를 밀어내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등극한 '도멘 리조이 뮈지니 그랑크뤼'의 한 병 가격은 무려 5,400만 원이다. 와인 한 병에서 보통 7잔 정도가 나오는데, 계산해 보면 1잔에 770만 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고급 주종에는 위스키도 빠질 수 없다. '맥캘란 1926'의 파인 앤 레어 버전은 작년 경매에서 한화 약 34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온도, 포도 품종, 재배지, 양조장, 빈티지 등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은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고급술로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샴페인, 포트와인, 디저트와인 등등 종류도 부르는 명칭도 어찌나 많은지. 레드와인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에만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말벡, 템프라니요, 쉬라, 메를로, 산지오베제 등이 있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들과 종류들을 외우려면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소믈리에들도 아직 접하지 못한 종류의 와인이 무궁무진할 정도이니. 



[내가 와인을 사랑하는 이유] 

그러나 이 복잡하고 어려움이 바로 내가 와인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빈티지, 브랜드, 양조장, 온도, 습도, 포도 품종, 재배 지역, 날씨, 오크통, 테루아 등 수많은 요소들이 합쳐져 한 병의 와인을 탄생시키기까지 얼마큼의 땀과 노력, 우연 그리고 천운을 타고나야 하는지. 그 과정을 막연히 상상하면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문득 뭉클해지곤 한다.


그만큼 정말 비싸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술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와인은 다른 술과는 달리 한 잔을 마셔도 맛, 빛깔, 향을 모두 즐기기 위해 미각, 시각, 후각을 모두 곤두세우고 마치 예민한 길고양이와의 첫 만남처럼 조심히 또 신중히 다가가야 하는 매력이 있달까. 



[와인과 친해지는 방법] 

여담이지만, 내가 초밥을 좋아하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일본 유명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일 거다. 우리 가족은 회나 해산물을 모두 좋아했고, 오빠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미스터 초밥왕'과 '식객'을 즐겨 보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해산물에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다. 엄마의 고향인 마산에 놀러 가면 항상 할머니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수십 가지 해산물을 종류별로 준비해 두셨고, 나는 5-6살 때부터 전복, 개불, 산 낙지를 먹으며 자랐으니까. 이렇듯 가정환경과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식습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내가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우리 가족 모두 와인을 즐겨 마시기 때문이었다. 이후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접하고부터는 와인을 좋아하게 됐고, 현재 소믈리에 자격증 준비를 생각 중이다.

이렇듯 와인에 다가가고 싶지만 장벽이 높아 보인다면 우선 가볍게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주위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자주 만나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입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주위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직접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을 하나둘씩 모아 함께 와인을 나눠마시고 매력을 알리기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 명쯤은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어 소중한 와인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니.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더 알고 싶기 마련이고,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와인 전문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만화책, 드라마, 애니 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들로 우선 접하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주위 사람 한 명만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와인 전문가가 되기 누구보다 쉽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그 환경에 노출시켜라. 어렵다고 생각하고 다가갈 시도조차 않는다면 평생 그 매력을 맛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알아갈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럴듯한 날을 더욱 근사하게] 

개인적인 취향과 사심 가득 담자면... 항상 꿈꿔왔던 생일이 있다. 

한우 스테이크와 케이머스 한 잔, 오이스터 요리에 파니 안 테 한 잔, 요구르트 블루베리 케이크에 찰스 하이직 브뤼 밀레짐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고 마지막으로 마담 드 레인 디저트 와인 한 잔으로 마무리한다면... 상상만 해도 최고의 생일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도 언젠가 하나씩 좋아하는 와인이 생기면 가장 좋은 날에, 혹은 가장 행복하고 싶은 날에 아껴뒀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꺼내 마시자. 와인은 그럴듯한 날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나눌수록 기쁜 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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