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피치 큐레이터 Mar 25. 2024

드라마 명대사로 배우는 레토릭(rhetoric)

드라마 명대사 수사법 분석 


드라마는 

때로는 즐거움을 주고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여운을 준다. 


드라마를 오랫동안 회자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명대사인 것 같다. 


드라마 명대사는 어떤 구조로 짜여있는지 레토릭을 분석하며 알아보자. 










먼저 모두가 다 아는 고전, 그러나 지금 보니 약간 오글거리는 이 대사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대조, 반복, 열거, 병렬, 운율(리듬), 점층


4개의 문장이 병렬 구조다. 각 문장에 대조법이 쓰였다. 각 문장 전반은 '밥 먹을래?'로 반복한다. 후반부는 전반 내용과 대조적이며, 대조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점층법이 쓰였다. 후반부에는 '나랑'으로 시작해서 '래'로 끝나는 운율(리듬)을 맞추었다. 



응답하라 1988 


인생은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것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대조, 반복, 병렬


역시 대조와 병렬 구조다. 대조 전반 - '인생은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대조 후반 - '선택한 것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와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가 대조를 이루었다. 특히 "아니라"가 대조법을 더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전후반에 '느냐'를 반복했다. 



미생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퍼즐-솔루션, 대조  


퍼즐 '잊지 말자'를 먼저 배치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퍼즐에 대한 답이 솔루션에 있다 -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솔루션에는 대조법이 쓰였다 - '어머니의 자부심' vs.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사랑의 불시착


인생엔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대
어려울 때 날 도와준 사람
어려울 때 날 혼자 내버려둔 사람
날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사람 

퍼즐-솔루션(헤드라인-펀치라인), 3의 법칙, 반복, 운율(리듬)


먼저 '인생엔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대'로 궁금증을 유발하고 동시에 그에 대한 답을 알려주겠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 퍼즐과 헤드라인이다. 그러고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을 말한다. '어려울 때 날 도와준 사람, 어려울 때 날 혼자 내버려둔 사람, 날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사람' - 퍼즐과 헤드라인에 대한 답이다. 여기에 세 가지 것을 나열한 3의 법칙이 쓰였다. 또한 '어려울(운), 날, (ㄴ)사람'을 반복하며 운율을 맞추었다. 


아래에 비슷한 구조의 대사가 있다. 

 

내가 뭐랬어, 우연 아니고 운명이랬지   

퍼즐-솔루션, 대조, 운율(리듬)


팀장님 바람이 왜 부는 것 같아요?
지나가려고 부는 거예요. 
머물려고 부는 게 아니고. 
저게 저렇게 지나가야 내가 날아갈 수 있는 거고. 

퍼즐-솔루션, 대조, 3의 법칙



스물다섯 스물하나 


왜일까.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 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퍼즐-솔루션, 열거, 반복, 대조

 

그래, 나는 아직 나를 못 믿어 
그런데 나를 알아봐 준 당신을 믿어
그리고 나를 믿는 너를 믿어 
나는 당신들을 믿고 간다.

대조, 3의 법칙, 반복, 운율(리듬)



도깨비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후회하는 게 두려워 

대조, 반복, 운율(리듬)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3의 법칙, 반복, 운율(리듬)



미스터 션사인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3의 법칙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애신:
동지였으면 서둘러 비꼈어야 하고
적이었으면 더 서둘러 비꼈어야 할 터인데
같은 쪽으로 걷겠다라...? 
대담한 자인가, 대책이 없는 자인가...

대조, 반복, 퍼즐-솔루션, 병렬, 운율(리듬)


애신: 
Love가 무엇이오? 

유진: 
총 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오.

3의 법칙, 반복 


희성:
날이 더없이 화사하오. 
꽃 같은 오늘, 꽃 같은 그대, 꽃가마 타고
내게 와 주시오. 

3의 법칙, 반복, 운율(리듬)




내가 본 드라마 중에서만 선택해 봤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수사법. 이렇게 명대사를 분석하는 데 써보면 작가들의 재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위 대사 중, 내용은 '응답하라 1988', 구조와 레토릭은 '미스터 션사인'이 좋다. 그중에서도 희성의 대사가 어여쁘다. 취향에 따라 이 마지막 대사가 맨 위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다 더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대에게 여운을 남긴 드라마 명대사, 안녕하신가? 

작가의 이전글 코미디에서 웃음을 유발할 때도 레토릭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