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이 바라보는 문화
프랑스와의 인연은 말하려면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프랑스는 인연이 있었던 거다.
고등학생 때 제2 외국어가 프랑스어였고, 친한 친구가 프랑스 사람이었고, 첫 해외 여행지가 프랑스였고, 그 여행을 통해 내가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프랑스 친구와 가족들, 지인들로부터 프랑스의 끝없는 추억을 쌓았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갖게 된 꿈은 '프랑스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사람이 되기'로 더욱 분명해졌고, 꿈의 연장선에서 가게 된 몽골에서 받은 내 가톨릭 세례명은 '아르크의 요안나', '잔다르크'가 되었고, 결정적으로 지금은 일하고 싶었던 곳에서 이렇게 파견 근무를 하면서, 프랑스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나라, 프랑스에 잠시 사는 이방인일 뿐이지만 프랑스와 꽤 많은 인연으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한 셈이다. 프랑스는 제2 마음의 고향이자,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작도 프랑스였고, 끝도 프랑스'라 더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생활이 거의 500일 정도가 되니까 그동안 내가 느꼈던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차이를 조금은 더 분명하게 알게 된 거 같다.
프랑스에서 살기 전까지는 프랑스에서 단순히 여행만 하거나 지인들하고만 연락하고 지냈었기에 특별히 인종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사는 것에도 특별한 거부감이나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프랑스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면만 봐 왔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유럽 여행 중, 프랑스가 가장 별로였다고 말하거나 프랑스를 '유럽의 중국'이라 표현할 때에도 내게는 그 말들이 별로 공감되지 않았고, 그저 나와는 관계가 없는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프랑스에서 느낀 것들이 많았고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490여 일 동안 내가 직접 느끼고 봐 왔던 프랑스는 우리와 꽤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한국에 돌아가서 하나씩 꺼내서 제대로 된 글을 엮어볼까 생각하다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하나씩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나름 내 일상과 생각을 하나씩 기록하듯 남기고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내 심정과 상황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조금 더 프랑스를 잘 추억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이어가다 보면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조금 더 의미 있게 기억될 듯하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그동안 겪었던 프랑스의 법적인 문제, 그 속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인식, 태도, 문화에 대한 차이를 먼저 말해보고자 한다. 긴 글이 될 수 있어서 다음 글에 계속 이어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