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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별 Feb 25. 2024

글쓰기가 필요한 순간

의미 없이 흩어지는 무지성의 수다를 피하기 위한 안전지대


글쓰기가 재밌는 이유는 뭘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에 대한 욕망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엄마를 잡고 조잘대는 아이들, 사람이 고파 길가에 의자 하나를 두고 건수만 있으면 지나가는 만만한 어린아이, 애엄마한테 말 거는 노인들, 카페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아줌마들부터 회식자리에 술 한 잔 들어가면 멈출 줄 모르는 부장님의 군대 이야기까지.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해지고, 또 내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꽤 재밌다. 글을 쓴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들, 느꼈던 감정들도 고스란히 느껴져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의 나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도 든다.


학부시절, 작문교육론을 수강하며 작문의 과정, 작문의 방법, 작문의 어쩌고 무언가를 많이 배웠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고, 글쓰기는 그 자체로도 재밌다는 사실을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아이의 숙제를 봐주며 옆에 앉아 짬짬이, 아이가 화장실 간 틈에 잠시,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한숨 돌리며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쉬지 않고 글을 쓰면 꼭 나의 가장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확실히 글쓰기를 시작하고 밤에 새벽 2시까지 전화로 떠들던 친구들과의 통화가 많이 줄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사실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글을 쓰면 내 마음을 한번 더 정돈하고 사유해서 다듬어진 형태로 내 생각이 표현되는 것 같아 그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직업적으로도 이게 참 문제였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말을 조목조목 잘하지 못한다. 누가 갑자기 나한테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얼어 바보같이 버버버 거리다가 고장이 난다.


그런데 글로 쓰라고 하면 또 달라진다. 나에게 생각의 여유라는 강한 무기 아이템이 장착되는 것 같다. 꼭 타노스가 장갑에 능력치 보석을 하나씩 끼워 넣는 것처럼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는 상대에게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지금도 글을 쓴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타자 위에 정신없이 움직이는 내 손가락의 운동이 즐겁다.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의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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