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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Dec 26. 2024

Brain Rot...호머 심슨의 뇌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36


<심슨 가족>의 막무가내 아버지로 나오는 호머 심슨의 아이큐는 55다. 성격은 단순하고 말투는 무례하며 TV앞 소파에 파묻혀 맥주와 도넛을 입에 달고 산다. 어느 날 주식에서 돈을 모두 날린 그는 피실험체로 돈을 벌기 위해 의학 연구소를 찾는다. 의사들은 그의 머리 엑스레이를 찍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크레용이 그의 뇌에 박혀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콧구멍으로 크레용들을 밀어 넣는 장난을 치다가 그중 하나가 뇌에 박힌 것이다. 크레용을 제거하자 그의 아이큐는 105로 껑충 뛰고 사람이 바뀐다. 발음도 좋아지고 도서관을 찾게 되고, 논문을 쓰고, 직장에서 안전 대책을 건의한다. 사람은 똑똑해졌지만 그의 오지랖 때문에 직장을 잃은 친구들은 떠나가고, 그는 외톨이가 된다. 호머의 푸념을 들은 똑똑한 딸 리사는 촌철살인의 명언을 남긴다.


"아빠, 지능이 올라가면 행복은 내려가요."


호머는 다시 연구소를 찾아 크레용을 코에 박아 넣고 아이큐 55의 단순무식한 예전으로 돌아온다.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가 뽑은 2024년의 단어는 'Brain Rot'이다. 심슨이 15개의 크레용을 콧구멍에 마구 밀어 넣은 것처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저질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섭취하여 발생한 지적, 정신적 '뇌썩'의 상태를 의미한다. 2023-24년 사이 이 단어의 사용은 230% 증가했다. 올해 미국의 정신 건강센터는 온라인에 사로잡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brain rot'에 대한 경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절망할 일은 아니다. '뇌썩'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한 온라인상에서 Z세대와 알파 세대가 이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해악을 이들이 인지하고 있고 자정작용도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정작 절망스러운 일은... 콧구멍에 크레용을 밀어 넣은 사람이 평범한 핵발전소 노동자가 아니라 국가의 최고 권력자일 때 벌어진다. 2년 반 전, 그는 취임식에서 민주주의의 적으로 "반지성주의"를 경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합니다."



그가 연설을 마쳤을 때 상서로운 무지개가 떴다고 전해지고, 반신반의했던 사람들 마저 팬데믹 이후 나라를 보듬고 이끌어갈 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행복하지 못했던 걸까? 자신은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자기를 미워하는 마을사람들이 야속했던 호머 심슨의 심정이었을까? 그래서 크레용을 하니씩 하나씩 다시 그의 코로 집어넣었던 것일까. 호머가 소파에서 탐식했던 맥주와 도넛처럼, 그는 홀로 온라인에서 맛나 보이는 맥주와 도넛만 골라 탐식했던 것일까.


12월 3일과 그 이후...


2년 반 전의 주옥같던 자유와 연대의 언어가 폭압과 처단의 언어로 일관된 계엄 선포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올해의 언어에 대한 옥스퍼드의 분석은 부정확음이 입증되었다.'Brain rot'은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불빛을 밝히며 취임 연설문의 시민 '연대'를 실천했다. 세대, 성별, 지위와 상관없이, 소셜 미디어의 불량 맥주와 도넛을 과도하게 편식한 인간은  누구라도 머리에 크레용이 박힌 'brain rot'의 "반지성적인"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현재 진행 중인 흑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새해에는 지능도 올라가고 행복도 올라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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