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다가 밤새고 쓰는 오후 일기 feat. 안나(ANNA)
분명 이번 주부터는 갓생을 살기로 마음먹었었다. 내 기준 갓생의 시작은 일단 아침에 눈을 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도대체 아침에 일어나는 건 평생 쉬웠던 적이 없다. 오히려 학교 다니고 시험기간이고 할 때는 절대 밤은 못 새고 무조건 새벽에 잠은 잤어야 다음날 생활이 가능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밤새는 것조차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그래도 최근에는 늦어도 새벽 2-3시쯤에는 자곤 했는데, 어젯밤 복병을 만났다. 내 기준 잠들기에는 굉장히 애매한 시간, 오후 10시쯤. 평소처럼 유튜브 영상을 뒤적이다 질려서 뭐 볼 게 없나 기웃거린 게 문제였달까.
안 하던 일을 해서인지 그날따라 OTT도 안 보던 종류를 선택했다. 넷플릭스도, 티빙도, 디즈니플러스도 아닌 무려 쿠팡플레이. 쿠팡 와우회원이라 언제든 볼 수 있었는데도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최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에 꽂혀서 쿠팡플레이에 뭐가 있나 둘러보게 된 게 시작이었다. 정작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가 아니라 드라마 "안나(ANNA)"를 보게 되었지만 말이다.
사실 예전에 스치듯 들어본 적 있는 드라마였다. 그때는 그냥 수지 주연의 드라마구나 하고 말았었는데, 최근 혈육님께서 뜬금없이 "안나 개꿀잼"이라는 톡을 보냈던 게 마침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장르가 뭐냐 물어보고 안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젯밤에 딱 끌리더라. 그것도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스불재의 서막)
답답하고 뻔한 K식 서사, 소위 말하는 고구마 구간을 못 견뎌하는 나한테 1화는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그런데 이게 다 다음 화를 위한 빌드업이구나 하고 보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화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스킵 없이 한 번에 몰아 보는데도 캐릭터에 깊게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고, 그래서 다음날인 오늘까지도 이렇게 내 일기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게 아닐까.
나중에 솔직한 리뷰와 후기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 감상평을 잊지 않기 위해 간략하게 끄적거려 보자면, 우선 캐릭터 디자인이 굉장히 좋았다.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들의 캐릭터들도 어떻게 보면 뻔한 컨셉이지만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주연인 수지(극중 이름 유미)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선도 악도 아닌, 현실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가도 그렇지가 않다. 스토리도 사실 곱씹어보면 흔한데, 왜인지 흔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잘 짜인 캐릭터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 자극적인 부분을 굉장히 적절하게 잘 섞어 두었달까? 물론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드라마와 콘텐츠를 보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긴 하다.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잊을 수 없었던 대사. 이미 유명하기도 하고, 오늘 일기의 제목으로 인용한 대사이기도 하다. 나는 일기를 꾸준히 쓰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공감이 가더라는. 작가님께서 묘하게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사들을 너무 잘 써주셔서 이 외에도 와닿는 대사들도 참 많았다. 좀 더 찾아보니 원작이 책(친밀한 이방인, 저자 정한아)이던데, 조만간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아무튼, 내 입맛에 찰떡이었던 이 드라마를 밤늦게 보기 시작한 덕분에 나는 거의 해가 뜨고 나서야 잠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간만에 후회 없는 밤샘이었다!
오늘은 좀 더 일찍 잠들고, 내일은 반드시 아침 해를 보며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일을 시작해야지 하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다짐을 해 본다.
...라고 쓴 마지막 문장은 아마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