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참 모순이다.
행복과 평안이 슬픔의 부재를 의미하진 않는다.
슬픔은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퇴적되었고
어떤 것은 시간에 쓸려내려가기도 하겠지만,
게 중엔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도 있다.
60대가 되고 80대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슬픈 건 여전히 슬플 거야.
하지만 그 슬픔에 눌려 살지 않는다.
슬픔만큼이나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 역시 정직하게 쌓였고,
그러므로 슬픔이 여전히 여기에 있어도
기뻐하고 웃을 수 있다.
영영 떠나지 않을 슬픔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욱 사람들을, 그들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내 것이든 상대의 것이든,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이것이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유난을 떨지도, 모른 체 하지도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럼에도 삶의 소망과 기쁨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걸 나누면서.
그래서 요즘은 슬픈 마음에 대하여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죽음이 사랑의 소멸을 뜻할 수는 없음을 알았으므로.
이 잠깐의 아쉬움은 찰나와 같이 지나갈 테고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게 될 테지만,
나는 지금 그 찰나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조금은 울어도 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