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학생들은 어떻게 공손하게 말할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여러 원어민 선생님들을 접했지만, 안타깝게도 학부 과정으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나의 영어 회화는 정말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고등학생들이 하는 영어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인도 혹은 유럽계 악센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인도에서 온 한 친구와는 한 삼십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말이지 거의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내내 웃기만 했다.
이런저런 시간이 흘러 이제는 영어가 편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서 오늘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오해란 바로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오늘 글을 통해 버릇없는 말의 예시와 높임말의 구체적인 예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렇다. 단편적으로 보면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국말처럼 어미에 "요"를 붙이는 형태는 당연히 없을 뿐더러,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는 높임말은
Ma'am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 Sir (남성을 높여 부르는 말)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에는 계속 서부, 그것도 실리콘 벨리에서만 지낸 탓에 사실 교수님들도 늘 이름(ex. Sean)으로만 불러 보았고, 성(ex. Prof. Wiseman) 으로 불렀던 적은 손에 꼽는다. 그 누구도 나에게 예의바르게 말하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순전한 마음으로, 교수님들과 내 친구들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10년전 학부생 1학년 시절, 내가 한 교수님에게 쓴 이메일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The thing is, I just checked my grade for CS106B :(:("
-> "The thing is" 는 매우 구어체이다. 한국말로 치면...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이런 느낌? , 또 이건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 라는 이모티콘은 정말이지 친구들 사이에서나 쓰는 것이다.
"Although I screwed up my second midterm"
-> "screwed up"이라는 말 역시 구어체고 비속어에 가깝다. 한국말로 치면 "제가 두번째 중간고사를 망하긴 했지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Although my score for the second midterm was relatively low" 정도로 이야기했어야 한다.
"I am a bit shocked because I really did work hard for CS, staying up late for many nights..."
-> "a bit shocked"라는 표현도 그렇게 정중하지는 못하다. 그리고 난 끝에 쩜쩜쩜은 대체 왜 붙인걸까? 불쌍해 보이고 싶었나보다. 위 문장을 ChatGPT는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정정해 주었다. "I'm somewhat surprised as I dedicated considerable effort to my studies in computer science, often sacrificing sleep over numerous late nights." 음... 표현이 멋있어지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정중하게 적어 놓아도, 일단 내가 시험을 못봐놓고 여러 밤을 샜으니 좀 봐달라는 말 자체가 너무 무례한 말 같긴 하다.
"lol"
-> 믿을 수 없겠지만 실제로 교수님에게 쓰는 이메일에 "laugh out loud"라는 의미의 lol을 사용했다. 한국말로 치면.. 많이들 아시겠지만 "ㅋㅋㅋ" 정도겠다.
웃긴가? 나도 내가 웃기다.
웃긴가? 나도 내가 웃기다. 구어체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해서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높임말이라는 말의 형태는 없지만, 미국 학생들도 분명히 매우 공손한 언어를 교수님에게 사용한다.
1. 먼저 단어 선택에 있어서 같은 의미이지만 더 공손한 단어를 선택한다.
앞에 나의 10년전 이메일을 통해 살펴본 예시는 물론이고, 최근에도 내가 말해 놓고 아차 싶은 경우가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한 교수님에게 "Do professors actually hang out at the faculty club?" (교수님들은 정말 교수회관에서 노시나요?") 라고 질문했는데, 그 교수님이 점잖게도 "I'm gonna change the verb here." (그 말에서 동사를 좀 바꿔볼께) 이라고 하면서 조심스레 나의 말을 정정해 주셨다. Hang out 이라는 표현은 교수님과의 관계에 따라서는 무례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Do professors socialize at the faculty club?"이라고 질문했으면 좋았을 걸 싶다.
2. 또 공손하게 들리는 여러 가지 어구와 문장을 사용하여 말을 시작한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하기 전에 한 문장 정도 버퍼를 넣어 듣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느낌이다.
얼마 전 스탠포드에서 박사생들과 박사후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박사 후 커리어에 관한 큰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본 심포지엄에서 다른 학생들이 연사들에게 질문을 하기 전 실제로 사용한 문구들을 사용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되도록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적기 위해 노력했다.
부드러운 사과를 하고 시작한다.
- " Excuse my ignorance on this matter,"
'이 주제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는 점을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 "Sorry, I'm going to get technical here, but...."
다소 복잡하고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이라고 미리 말하고 질문을 시작한다. 물론 그렇게 복잡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말하니 매우 예의바른 느낌이다.
겸손하게 말을 시작한다.
- "This is me speaking from ignorance"
'제가 잘 몰라서 여쭤보는데요,' 같은 느낌을 주는 말이다.
- "I have a question that may sound unsympathetic"
'제가 좀 무정하게 들릴 수 있는 질문이 있는데요,' 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무정한 질문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을 한 번 짚고 간다
- "I just wanted to add to that."
'아까 XX가 한 말에 그냥 조금 추가하는 건데요,' 같은 느낌이다. 이와 비슷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 "I want to build off of what XX just said"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 그 중에서도 매우 격이 없는 편인 미서부 실리콘 벨리에서도 높임말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 높임말들이 한국말의 높임말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어미가 아닌 어휘라는 것이다. 공손한 단어, 상대방을 존중하는 어휘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상황에 맞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나도 지금도 계속 새로운 어휘를 공부 중이고, 새로운 표현들을 사용해 보려 노력한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업무상 사용할 수 있는 공손한 어휘에 대해서 미리 알아두자!
좋은 공손한 영어 어휘를 아시는 분들은 덧글로 팁을 달아주시면 저와 다른 독자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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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staples.com/content-hub/productivity/collaboration/how-to-write-a-professional-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