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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 대체 뭔데? 공감과 인터뷰 편 (3-4)

3.4 EMPATHIZE 가장 중요한 단계, 공감 - 인터뷰 후편

*본 문서는 디자인 씽킹 방법론 중 공감, 그 중에서도 인터뷰를 하는 방식에 대한 글의 하(下)편입니다. 


인터뷰 질문을 구성하는 방법 


무슨 인터뷰 하나 설명하는데 상편이 있고 후편이 있나 싶겠지만, 그만큼 사용자와 공감을 위해 중요한 과정이라 부득이하게 두 꼭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앞서는 디자인 씽킹에서 공감을 위한 인터뷰의 절차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본 편에서는 인터뷰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답을 이끌어내는지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Q. 인터뷰에서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 


인터뷰를 하기 전 주제에 맞게 질문지를 준비해 놓아야 하지만, 꼭 그 질문의 순서에 따라서 할 필요도, 모든 질문을 다 할 필요도 없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종종 작은 금덩이 nugget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전에 준비된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왜?’ 라는 질문이다. 인터뷰 대상자의 행동에 대해, 그 사람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팁은, ‘왜why’ ’라고 대놓고 물어보기보다 ‘어떻게how’ 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질문을 돌려 하면 좋다. 아래의 멘트를 추천한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고 느끼셨나요?”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하게 되셨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상자가 한 마지막 말을 한 번 더 반복한다. 올바른 뉘앙스로 반복한다면, 인터뷰 대상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갈 것이다. (대상자: “그랬는데 너무 속상했지 뭐에요.”  진행자: “너무 속상하셨다구요~”     대상자: “네 너무 속상했어요. 다른 것보다 제일 서운했던 건…”)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고 느끼셨나요?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질문이 좋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터뷰 대상자가 더 신나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는 질문들이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질문 (예: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구체적인 질문 (예: 제일 최근에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신 적이 언제인가요?”)  

감정을 이끌거내는 질문 (예: “그럼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질문은 아니지만 인터뷰 도중 이런 작은 대사들을 해 주는 것이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들을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네 정말 그렇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어렴풋이 알겠어요.”   

 무언의 끄덕끄덕   

 깊이 공감하는 표정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의 질문만큼이나 무언의 제스쳐, 표정이 중요하다.


Q. 질문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인터뷰가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한 시간 인터뷰를 기준으로 20-30개의 질문을 준비하면 좋다. 아래의 질문 형태는 지양한다. 모두 인터뷰 대상자의 자연스러운 답변을 방해하고 질문자의 편견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단답형 혹은 이분법적인 질문. 이런 질문을 사용할 시에는 꼭 꼬리 질문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는 것이 좋다. (예: “그래서 좋으셨나요 싫으셨나요?”)   

답변 예시를 미리 주는 질문 (예:”그럼 식사 형태는 어떻게 하는 것을 선호하세요? 간단히 먹는 것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든든히 차려 먹는 것을 좋아하세요?”)   

인터뷰 대상자가 이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는데 서둘러 하는 꼬리질문. 질문과 인터뷰 대상자의 유형에 따라서, 답변하기 곤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적막이 있다. 이럴 때 섣불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답변해주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고 어색하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Q. 질문에 순서가 있을까? 

인터뷰를 할 때는 먼저 자기 소개를 한 후, 인터뷰의 목적과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 후, 비교적 가벼운 내용의 질문으로 시작해서, 대상자가 점점 더 긴 답변을 할 수 있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대상자가 대화 내용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내비치면, 그 감정을 놓치지 말고 더 다룰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진행자가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시간은 충분하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한다. 이후에 진행자는 간단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 어떤 점들이 인상깊었고 새로웠는지 공유해 주면 좋다. 이 때쯤 대상자도 인터뷰의 방향성에 대해서 파악했을 것이므로, 진행자는 마지막으로 ‘제가 알면 좋을 것 같은 내용들'을 물어보면 뜻밖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치는 방법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인터뷰 내용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인터뷰 대상자가 인터뷰 주제에 관련된 행위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Q. 이외에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끝으로,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는 팁은 바로 다른 사람의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 질의응답을 해 보는 것이다. 성경에 인간이 다른 사람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서도, 우리는 이것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내가 대상자로서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아 못내 아쉬웠던 부분, 진행자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슬쩍 넘어가 거슬렸던 부분들 등을 잘 기억하고 내 다음 인터뷰를 개선해 나간다면 빠르게 훌륭한 인터뷰 진행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에 관한 시리즈를 마치며 


니드파인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가?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천성에도 반하거니와 많은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고 얼렁뚱땅 제품을 만들어 쫄딱 망하는 것 보다는 훨씬 품이 덜 드는 일이다. 또 이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작은 금덩이nugget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니즈에 관한 인사이트가 탁 터질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하! 이래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꼭 한번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니드파인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최근에 진행한 개인 디자인 컨설팅 프로젝트 중에서 예시를 들어 보겠다. 한국의 전동 킥보드 사용자들에 대한 일련의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들마다 킥보드가 위험하다고 하면서 본인 혹은 지인의 큰 킥보드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동 킥보드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뭐냐고 물으니 ‘위험하다'가 단연코 1위였다. 처음엔 들으면서 영 의아했다. 이런 위험한 서비스를 왜 이용하지? 하지만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상당수의 킥보드 사용자들이, 바로 그 ‘일상의 아드레날린'을 위해 킥보드를 탄다는 사실이었다. 특정 사람들이 킥보드를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특정 사람들에게는 킥보드가 어필되는 이유였다. 


전동 킥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답답함이 있을 때 (타인, 상황, 학업 등) 혼자서 바람을 가르며 속도감을 낼 때 나오는 합법적 아드레날린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미를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몰입하여 체험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한다면 꼭 사용자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결국 이 사고방식에 맞는 솔루션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결국 이 사고방식에 맞는 솔루션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스탠포드 학부 4학년들이 전공 필수 과목으로 듣는 Needfinding수업에서 우리 선배들이 했던 프로젝트에 좋은 예가 있다. 당시 수업 프로젝트로, 해양 구조단 coast guards들을 위한 핸드폰을 만들어야 했었다. 해양 구조단을 위한 핸드폰은 어떠해야 할까? 방수 기능, 위치 추적 기능 등은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배들은 해양 구조단과의 깊은 공감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생각했다. 


당시 선배들이 니드파인딩을 통해서 깨달은 해양 구조단들의 사고방식은 바로 늘 ‘대안을 생각하는 자세 Plan B mindset’ 였다. 워낙 비상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바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지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최선의 방안 Plan A를 가지고 있지만,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이 방법은 열에 아홉은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 나만의 대안 Plan B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하여 디자인한 기기가 바로 ‘핸드폰 안의 핸드폰' 이었다. 이 핸드폰은 평소에는 다른 핸드폰들과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하지만 사실 이 핸드폰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깥쪽의 기기와 내부 기기를 분리할 수 있다. 이 내부 기기는 가장 필수 기능(위치 추적 등)만 수행하도록 디자인되었으며, 핸드폰에 물이 들어가는 등 비상 상황에는 겉면의 핸드폰을 분리해내고 이 내부 기기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 바깥 기기가 일상의 방안 Plan A 라면 안쪽의 기기는 비상시의 대안 Plan B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그냥 사용자에 대한 정보만 많이 얻는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후 깊게 생각하며 이 정보를 머리속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몇날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니드파인딩을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데이터와 금덩이nugget들이 생기게 된다. 이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데이터에서 어떻게 니즈를 뽑아내는지 다뤄 보도록 하겠다. 



정리하며 -------------------------------


1.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왜"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인터뷰 질문은 2-30개 정도를 미리 준비하되, 이 순서에 집착하지 말고 인터뷰 대상자가 신나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자. 

3. 다른 사람의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 인터뷰 대상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4. 인터뷰에서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이유는 이에 입각한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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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나 새롭게 다가왔던 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덧글을 달아주시고, 그러한 점이 없다면 본문을 잠깐만 시간을 들여 다시 훝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새롭게 접한 지식에 대하여 궁금한 점과 나의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스탠포드의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학습방법입니다. 또 공유, 구독과 덧글을 통해 저는 힘을 얻고 더욱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Nicholas Wang https://www.flickr.com/photos/cloneofsnake/1423139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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