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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해고한 메타가 13억짜리 계약 맺은 커피머신

스탠포드 캠퍼스에 나타난, 블루바틀 바리스타 뺨치는 캡슐커피머신 

메타가 13억원짜리 계약을 맺은 커피 회사가 있다고? 그것도 2만명을 해고하는 와중에? 


캡슐커피의 다이슨, 브루버드 BrewBird. 


캡슐 커피가 맛없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캡슐 커피의 날카로운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지 모를 메탈릭한 맛이 어느 캡슐, 어느 맛을 선택해도 남아 있다. 그런데 오늘 스탠포드에서 열리는 세미나 수업 중, 충격적으로 맛있는 캡슐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자신있게 말하건데 이제까지 먹어 본 사람 혹은 로봇 바리스타가 내려 준 그 어떤 드립 커피에 비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가 아니라 드립 커피 말이다. 스타트업이나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님이라면 이번 글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이 다이슨을 연상케 하는 매력적인 디자인의 캡슐 머신은, 현재 메타 (전 페이스북)와 13억원짜리($1 Million) 계약을 맺은 브루버드라는 회사이다. 메타는 지난 한 해에 걸쳐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21,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효율성의 해 Year of Efficiency를 선포한 메타가 이렇게 큰 금액을 쾌척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우리 연구실(스탠포드 푸드 디자인 랩)이 운영하는 세미나 수업에는 브루버드 BrewBird의 CEO 미키 두 Mickey Du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출신) 가 연사로 초청되어,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을 제공하는 커피 머신의 데모를 보여 주었다. 미키의 발표 내용에 기반해 브루버드의 성공 요인을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소비자의 니즈가 없는 제품은 과감히 포기한다. 


브루버드는 실은 10여년전부터 존재하던 스타트업이다. 미키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스탠포드 기계과 출신인 다른 친구가 커피 로스팅 분야에서 만들던 기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었지만 마켓의 니즈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진행한 수많은 조사와 인터뷰 등은 하나도 쓸모없어지지 않았다. 진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 pain point는 바로 고급 커피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년동안이나 진행해오던 아이디어를 접는 것은 배우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켓의 니즈가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진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기에, 지금과 같은 소기의 성과가 있을 수 있었다. 


커피 산업의 미래는 확장성 있는, 편리한 고품질의 커피이다. The future of coffee is quality and convenience at scale. - 미키 두

2. 레드오션이나 사실상 혁신이 없던 분야를 선택했다. 


미국에서도 커피는 엄청난 레드오션이다. 미키는 미국 커피의 시대를 3개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포저스 커피 Folgers Coffee로 대표되는, 커피 보급의 시대이다. 포저스는 1980년대 미국의 광고계에 한 획을 그은 회사로, 갈아진 원두를 커다란 머신에서 필터로 내려 먹는 스타일을 선두했다. 이 스타일의 커피는 아직도 다이너 Diner 타입 혹은 미국식 브런치 식당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미국 다이너 타입의 식당에 가면 서버가 이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테이블마다 커피를 마실 거냐고 묻는다. 


이 다음에 오는 2세대 커피가 바로 스타벅스와 피츠 커피가 선두한 카페 혁명이다. 이전까지 이렇게 식당에서 즐기던 커피를 카페라는 제 3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바로 커피 3세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블루바틀 커피를 대표로 하여, 지역마다 놀라운 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카페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오래되고 탄 맛의 원두가 아닌, 신선한 커피를 핸드드립 스타일로 즐긴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 3세대는 레드오션이 분명하지만, 이는 동시에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리고 브루버드는 여기에 편리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했다. 카페는 점점 고급화되는데, 캡슐 커피는 사실상 30년 전 만들어진 네스프레소와 큐리그 이후로는 거의 혁신이 없었다. 캡슐 커피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유거품을 추가하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들이 생겨났지만 사실 커피 맛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브루버드는 바로 이 점을 공략했다. 


미키는 이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브루버드를 애플과 테슬라에 비유했다. 핸드폰의 시초는 노키아였지만 혁신은 애플에서 나왔고, 전기차의 시초는 지엠GM이었지만 승자는 테슬라였다. 


3. 그저 진짜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냥 하나에 집중하자. 그 누구보다 그 하나를 잘 해내는 것에. Let's focus on doing just one thing. Doing that one thing better than anyone. - 미키 두


브루버드의 스토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세콰이어 Sequoia Capital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실리콘 벨리의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았다. (세콰이어 캐피털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37개가 1조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틱톡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찰리 다멜리오 Charli D'Amelio 도 투자했다. 내가 찰리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찰리는 대체 왜 이 기업에 투자한 걸까? 세콰이어처럼 기술 검토를 진행했을까? 내 생각엔 아니라고 본다. 브루버드의 커피는 그냥 정말 너무나 매력적으로 맛있었을 것이다. 이 커피가 맛있고 놀라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억 5000만 팔로워를 가진 틱톡커 찰리, 커피머신에 왜 투자했을까?


- 캡슐 커피에서 에스프레소가 아닌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 캡슐 안에 갈아진 원두가루가 아닌 통원두가 들어 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빈을 분쇄하여 만든다. 

- 1분만에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기 위해 air agitation technology를 사용하여 물과 원두를 섞는다. 


이 일을 완벽히 처리하는 아름다운 기계가 어찌나 톡톡한 효과를 발휘하던지, 메타에 브루버드 머신을 비치하고 난 후 메타 직원들에게 서베이를 했더니, 그들 중 1/3이 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피스에 온다고 답했다(!) 당시 메타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다시 오피스로 불러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던 중이었는데, 브루버드는 이 니즈에 정확히 부합했기에 높은 가격은 메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듯 싶다. 





브루버드의 캡슐과 샘플 컵 


아래 브루버드의 실제 데모 영상을 첨부한다. 


4. 독점하지 않고 지역 파트너들과 상생한다


위 동영상의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바로 다양한 커피 캡슐 박스이다. 각각의 박스마다 실리콘 밸리의 원두 로스터리들의 로고가 박혀 있다. 브루버드는 (아직은) 자체적으로 원두를 로스트하지 않고, 주변의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공급해온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로스터리들은 원두를 판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의 효과를 얻는다. 또한 브루버드 커피머신은 각각의 캡슐에 찍힌 큐알코드 (아래 이미지 참조)를 읽고 그에 맞는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각 브랜드의 캡슐 판매량도 트래킹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다시 로스터리에게로 돌아가 향후 원두를 기획하는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 



5. 지구환경적 가치와 미래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브루버드의 모든 캡슐은 완전히 생분해가 가능하다. 사탕수수 파이버 sugarcane fiber를 사용하였다. 미키는 이 캡슐을 설명하기 위해 그냥 생분해가 아닌 Backyard-composta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어떤 추가적인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30일 내에 그냥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한 번 커피를 내리고 나면 아래 사진과 같이 깔끔하게 빈이 제거된다. 기존에 캡슐 커피의 일회성과 쓰레기 문제로 먹지 않았던 젊은 세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다. 



브루버드는 현재는 기업을 대상으로만 판매하고 있지만,  점점 제조 공정이 효율화됨에 따라 향후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곧 한국의 삼성 오피스, 네이버 오피스에서 브루버드가 말아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먹을 날을 기대해본다. 어쩌면 네이버 기계는 초록색일 수도?



정리하며 -------------------------------


1. 소비자의 니즈가 없는 제품은 아무리 열심히 만들었어도 과감히 포기한다. 

2. 레드오션이고 강자가 있더라도, 혁신의 여지는 존재한다. 

3. 하나를 골라 정말 잘하자. 

4.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이 가장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 

5. ESG를 잊지 말자. 


Q. 한국에서 브루버드같은 회사가 나왔다면 잘 될 수 있었을까요? 또 한국에 이 제품이 들어온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여러분 회사에 이 머신을 두기 위해 얼마까지 지불하실 수 있나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가격이 궁금하신 분들도 덧글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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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표지이미지

https://www.herbstprodukt.com/projects/brewbird

찰리다멜리오

https://www.allure.com/story/charli-damelio-blonde-bob

뮤엘러 커피머신

https://www.amazon.com/Mueller-Function-Anti-Drip-Permanent-Borosilicate/dp/B0BM3C13B6

커피캡슐이미지

https://www.brewbird.com/

포저스 커피

https://www.walmart.com/ip/Folgers-Classic-Roast-Ground-Coffee-Medium-Roast-Coffee-25-9-Ounce-Canister/5785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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