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대에 아이가 태어나다니
흰 종이를 놓고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며
나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엄마 아빠의 몸을 타고 도착한
별의 아이야 시대의 아이야
시인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단다
세계는 위험에 가득 찬 곳이란다
인간은 모순에 던져진 존재란다
삶이란 유혹에 올려진 것이란다
하지만 물러서지 말아라
지켜내라 견뎌내라 함께해라
여기 살아있어라
최선을 다하고도 결과가 좋지 않다 해도
겨울나무가 뿌리와 나이테를 키워가듯
긴 호흡으로 그것을 받아들여라
진정한 성공은 한때의 승리에 있지 않고
인생 전체를 두고 자신을 찾아가는
성실한 걸음 속에 있음을 잊지 말거라
어느 날 네가 마주할 실패와 아픔이
너만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이정표라는 걸
어려운 순간마다 기억하여라
아이야
맑은 눈의 아이야
다정한 마음의 아이야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