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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엌실험실 May 05. 2024

22. 속초여행 마지막날, 그리고 달걀 day 0.5

한달 만에 달걀을 먹다

오늘은 속초여행 마지막날이다.

새벽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서 아침을 사먹는 일은 힘들다. 아침으로 어제 사둔 과일과 요거트를 먹었다.


내 아침 : 요거트, 딸기, 망고, 천혜향

태오 아침 : 망고, 죽(소고기, 양송이, 백미, 감자)


자기주도 이유식 (아기가 스스로 먹는 것을 연습시키는 방법)을 하는 아기들에게 망고 씨를 주면 잡고 자기가 빨아먹는 것을 보고 태오에게도 줘봤다. 근데 아침에 수유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이유식을 주기도 했고 집에서 앉던 하이체어가 아닌 내 무릎에 앉아서 먹느라 제대로 아침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죽을 어느정도 먹고 우리는 아침 산책 겸 태오 낮잠을 재우기 위해 나갔다.


내 아침 2 : 곰탕 + 밥

우리가 묵은 숙소는 속초 시내의 소호스트릿 근처였다. 괜찮아보이는 카페랑 맛있는 식당들이 주변에 많았다.

아침을 좀 가볍게 먹어서 그랬는지 산책을 하는데 남편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 제주 여행 이후로 고기국수 노래를 부르던 남편인데 고기국수집을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곰탕을 시키고 고기 대부분을 남편에게 주고 밥 반공기랑 국물, 고기를 먹고 나왔다.



고기와 나의 관계

내가 4년 전 아토피로 고생할때 elimination diet 이후 채식을 하면서 남편이 덩달아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 남편은 따로 고기를 사먹곤 했지만 나랑 같이 먹는 일이 많아 62키까지 빠졌던 거다. 게으르게 채식을 하면서 나타난 내 빈혈 문제도 있었고, 모유수유만 하면 아기에게 철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필요성, 편의, 입맛의 변화로 이래저래 요즘 고기를 많이 먹게 되었는데, 조금 덜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내가 채식을 했던 이유들(건강문제로 시작해서 환경적, 윤리적 이유까지 점점 확장됐다)이 상기될때마다 의식적으로라도 조금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강한 발란스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점심에도 고기를 먹게 되었다.


내 점심 : 닭갈비, 된장찌개, 쌈채소, 밥

태오점심 : 렌틸콩, 당근, 오트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막국수집을 찾았다. 아침에 고기를 먹어서 점심에는 막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시킬때 여쭤보니 면에 밀가루가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닭갈비와 된장찌개를 시켰다. 사실 고기메뉴를 먹는게 알러지 유발 성분을 피하는 elimination diet 을 할때는 역시 쉬운 옵션이기는 하다고 위안삼으며 또 먹었다ㅎㅎ


춘천쯤에서 막국수를 먹고 집에 오는데 길이 생각보다 막혔다. 태오가 답답해해서 달래면서 오느라 진을 뺐다. 그래도 계속 똑같은 음식만 먹은 태오에게 새 음식을 주고 싶어서 오자마자 태오 음식을 준비했다.


태오저녁 : 브로콜리/감자/케일 익혀서 섞은것, 양배추 찐것, 팬케익(바나나, 오트밀가루, 케일 믹서기에 간것, 아마씨가루 - 반죽을 후라이팬에서 구웠다), 그리고 천혜향 2조각


여행 내내 똑같은 걸 먹고 하이체어 없이 먹다가 집에와서 새로운 음식으로 스스로 먹게 했더니 엄청 잘 먹었다ㅎㅎ 이유식 주는 뿌듯함!


태오 케일팬케익을 해주고 나도 팬케익이 먹고 싶어서 나도 만들어먹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인것! 원래 태오도 나도 달걀을 먹는 날인것. 아무래도 여행중 첫날이라 태오는 일부러 안먹인것도 있었지만 나도 안먹었다는걸 깨달았다. 팬케익이 먹고싶었는데 잘됐다 싶어서 글루텐프리 팬케익 믹스에 달걀, 두유를 넣어 구웠다.


내 저녁 : 팬케익(글루텐프리 팬케익믹스, 달걀, 두유, 해바라기씨 오일), 바나나, 스크램블에그


달걀에 알러지가 있다고 검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3년 정도 달걀을 먹지 않다가, 임신하고 다시 달걀을 먹었다. 건강이 돌아왔는지 임신때는 아토피 반응이 없었다. 그러고 이번 elimination diet 를 하면서 한달반을 달걀 없이 살았는데 6주만에 저녁으로 달걀을 먹은거다. 기대를 좀 했었는데 달걀을 먹자마자 비린맛이 좀 올라왔다. 그래도 다 먹긴 했지만ㅎㅎ 진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또 이러다 피부에 반응이 없으면 잘 먹게 되겠지.


내일은 태오에게 스크램블 에그를 소량 먹여볼 계획이다. 인생 첫 달걀이라니! ㅎㅎ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래 사진은 태오와 양말ㅋㅋ 신던거 빼서 입에 가져가는게 일상인 태오. 통통한 다리와 발에 여리여리한 발레리나 스타일 레깅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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