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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이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극 <신의 바늘> 리뷰

by 유의미 Ryu Euimi

*이 글은 청소년 약물 중독을 다룬 연극, <신의 바늘>에 대한 글입니다. 언급되는 소재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연상된 곡입니다. 함께 감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youtu.be/lWLK4fpT4VE?si=TmqIzIy_shTRzCoK



어렴풋 햇살은 들어오지만 방은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 그저 널려있는 가구인 줄만 알았던 무언가가 움직인다. 막 잠에서 깨어난 지우다.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지우는 집이 엉망일지언정 LP 플레이어만큼은 소중하게 다룬다.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는 지우. 곧이어 명진이 지우의 집으로 찾아온다.

지우는 명진에게 얼마 전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이 실과 바늘을 주었고, 그물과 장갑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우는 몸에 바늘을 꽂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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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줄 몰랐어. 아무도 안 가르쳐 주니까”

“그 방식이 약이라서 이상해요? 우린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약을 해서 인생이 무너진 게 아니라, 인생이 무너져서 약을 하는 거야”


이 연극은 약물에 중독된 두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적 재능을 가졌으며 아티스트를 꿈꾸는 지우, 축구 유망주였으나 축구를 그만두게 된 명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중독 문제를 단순히 비정상적인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2024 청소년 마약류범죄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김낭희)’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류 범죄 주요 특성은 ‘사회적 방임’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는 예방교육의 부족, 조기 선별과 적절한 치료의 미비, 그리고 성인(양육자, 교사 등)의 감독 한계로 청소년들이 약물에 쉽게 노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론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슈화하며 대응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만 이러한 대응적 논의는 빠르게 소거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겪은 폭력과 끝없는 방치.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사회적 책임은 외면당하고, 오히려 그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 우리 모두 술이나 사랑 같은 것에 기대어 살아가듯, 그들이 의지한 것이 단지 약이었을 뿐인데. 이 극은 그들이 왜 마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왜 누구도 지켜주지 못했는지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이 연극에서는 양극단에 있는 단어와 상황이 계속해서 나열된다. 꿈(희망을 담은)-꿈(자면서 꾸는), 거미줄(덫)–거미줄(터전), 고양감–낙차감, 배드 트립-현실. 처음에는 희망과 쾌락을 주는 것 같다가도 파멸과 절망으로 이어지는 약물의 양면성,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중독된 이들의 혼란과 왜곡된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중독자의 참혹함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상황들과 앞서 이야기한 문제들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다.

선뜻 다루기 어려운 주제부터 어질러진 무대 세팅, 섬광 연출, 혼란스러운 음악, 그리고 완전한 암전의 반복까지. 우아하게 객석에 앉아 감히 예상하지도 못하는 지우와 명진의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꽤나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직면하라는 연출의 의도가 극의 강렬함을 더 했다. 극을 보는 내내 그 불편함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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