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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로

사랑하는 권진아에게

by 유의미 Ryu Euimi


“아 맞다. 손수건.”

급히 손수건을 챙기며 빠진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권진아 콘서트에 가는 날이었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고 자주 듣는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설렘 때문만이 아니다. 나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항상 손수건을 챙기는 이유이기도 하고.


처음 그의 콘서트에 갔던 건 2년 전, 문득 무대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밤낮없이 티켓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다 누군가 취소한 좌석을 발견해 예매에 성공했다. 그 순간, 운이 좋았다는 것을 넘어서 어떤 운명이 날 이끌어준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1일차에 이미 다녀온 관객들의 설레는 후기를 되뇌며 올림픽공원역으로 향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불은 모두 꺼졌고 곧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어폰을 통해 듣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순간, 이유 모를 벅찬 감정에 나는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고, 나를 살펴주는 듯한 그의 음악에 그저 감사하기도 했다. 여러 감정이 들었는지 목이 매여 노래를 잠시 쉬어가는 그를 보며 함께 울컥하기도 했다.

앵콜곡이 끝나 퇴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매에 얼굴을 한참 묻고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이 감정이 꽤 당황스러웠지만 어쩐지 속이 시원한 기분도 들었다. 그때 울었던 건 단순히 감정이 북받친 것이 아닌, 붙들고 있던 나의 힘듦이 위로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언제부터 권진아의 음악이 나의 위로가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내 삶에 스며들어있었다.

삶은 나에게 늘 버겁게 느껴졌고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때마다 나는 권진아의 음악을 들었다. 사람으로 상처를 받았던 때에도, 나를 둘러싼 환경 때문에 좌절했을 때에도, 스스로를 저 바닥끝으로 끌어내렸던 순간에도 습관처럼 그의 음악을 찾았고 마음은 금세 잔잔해졌다. 그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안정 신호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콘서트는 나에게 가장 큰 위로의 순간이 된다. 무대 위의 권진아는 내 또래 여성으로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으며, 다들 어떻게 지내냐며 다정하게 묻는, 함께 잘 살아가자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니까. 나 혼자 괴로워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순간이 된다. 그래서 늘 그의 무대를 보고 듣다 보면 어느새 나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어있다.


난 두려워 복잡해서 잠들 수가 없어
나도 이젠 행복해지고 싶어
괜찮아질 거란 네 말, 다 믿으니까
곁에서 무너지는 날 잡아줘
너마저 사라져버리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아
그러니까 제발 내 곁에 있어줘
- 권진아 «나의 모양» 중


이 가사는 내 지난날 감정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두려움과 복잡함 속에서 잠들지 못했던 날들이, 나를 결국 일으켜줄 또 다른 나에게 간절히 바라는 절박한 마음이 겹쳐진다. 노래 속 목소리가 이 말을 대신해 줄 때마다, 나는 이해받는 안도감에 울음이 터진다.


모든 걸 다 포기 하고 싶었던 나는 권진아의 노래에 울고 웃었다. 손수건을 챙기는 일은 그가 직접 전하는 위로를 받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내 20대를 온전히 지켜준 그 목소리를 나는 앞으로도 계속 찾을 것 같다. 그것이 내 청춘의 버팀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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