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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무더운 여름나기

by 김세은

우리집-무더운 여름 나기

이른 새벽 눈이 살포시 떠진다.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한 여름 밤의 열기를 실감한다.

정말 덥다.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에어컨을 켠다.


아이들 방문을 가만히 열어보니,

침대 발치엔 선풍기 두 대가 밤새 쉼 없이 돌고 있다.

얼마 전 냉감 이불로 바꾸어 주었는데,

하나는 침대 밑 방바닥에 돌돌 말린 채 널브러져 있고,

또 하나는 반쯤 침대에 걸쳐진 채 축 늘어져 있다.

열대야 앞엔 찬 이불도 속수무책인가.


두 아이는 팬티 바람으로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있다.

에어컨이 없는 방이라 방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온도 20도로 맞춰놓고 방으로 들어와 눕는다.

30분후 다시 나가 26도로 다시 올리고 인공지능 키을 누른다.

그래야 조금은 절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밤사이 브런치 글 알림음이 시간 맞춰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은 그럭저럭 비몽사몽 잔 듯하다.


잠결에 폰 놓치는 느낌에 놀라 깬다.

폰을 집어 밤사이 수북히 올라온 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하트를 누르고, 마음에 와 닿으면 댓글도 남긴다.


오늘은 또 무더위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까?

안방 창문을 여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확 덮친다.

놀라 문을 닫는다.

거실 에어컨 바람소리가 커진다.

작은 아들인가 보다. 가끔 내 눈치를 보며 온도를 낮추곤 한다.

전기요금 무서워 식구들 사이에 실랑이가 가끔은 오간다.

요즈음 우리 집 여름 아침 풍경이다.


식구들 하나 둘 뜨거운 열기 속으로 출근길로 내 보낸다.(ㅠ.ㅠ)

주방베란다 열기도 만만치 않다.

바구니에 담긴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동안,

어제 밤에 배달와 전실에 그냥 놓아둔 것들 주방으로 옮기고,

음식물 쓰레기통도 냉동고에 정리한다.

이 더위에 음식물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


와이셔츠 두 장 다림질하고, 청소기 대충 돌리고

“오늘 일거리 참 많네”… 한숨 한번 부리고,

조용히 식탁에 앉아 모닝 빵 두 개에

어제 만든 샐러드, 잼, 버터, 치즈를 빵 속에 밀어 넣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아침 식사한다.


습한 여름 빨래 말리기 쉽지 않다,

건조기와 선풍기 하루 종일 돌려 빨리 말리면

꾸꿉한(쉰) 냄새는 피할 수 있다.

주부들 머리 쓸 일 참 많다.


점심메뉴 또 물냉면이다.ㅋ

쿠팡에서 주문하면 1인분 2,000원정도(10인분에 19,990원) 하는 냉면에

오이채와 삶은 겨란 얹어 놓으면 그럴싸하고 국물이 끝내준다.

유명냉면집 부럽지 않다.


점심 먹고 나의 도피처로 가볼까 갈등하다 그만둔다.

걸어가는 동안 더위가 겁나 선뜻 나서기가 무섭다.

여름 무더위엔 가까운 도서관이나 저녁 무렵엔 스크린 골프장이

나의 휴식처 겸 피난처다.

한참을 머물며 시원함을 공짜로 만끽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오늘 저녁운동은 패스.

그런데 큰아들이 데리러 왔다.

“엄마! 공치셔야죠?” 하며 들어온다.

더위에 못 갈까 봐 왔나 보다. 고맙다. 아들!


게다가 오늘은 작은아들 월급날이라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날

저녁 준비 안 해도 된다. 완전 해방이다. 이렇게 신날 수가!

우하하하~~~~. 너무 티 냈다!


쾌적하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 읽기,

더워서 밥하기 싫은 날 배달 음식 한끼,

주말에 에어컨 빵빵한 스크린골프 즐기기,

살얼음 동동 뜬 냉면 한 그릇

우리 집의 무더운 여름 나기 노-하우다.


수박요? 비싸서 아직 못샀당!^.^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 무더위의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40 넘나드는 높은 기온, 잦은 폭염, 심각한 건강피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요즘이다.

“슬기로운 여름 생활” 개봉박두!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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