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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무엇을 말하려는걸까?

by 김세은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어떤 날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또 어떤 날은 자취조차 남기지 않은 듯 희미하다. 간혹 위태로운 순간에도 “이건 꿈이야” 하고 알아차릴 때가 있다. 필름이 뚝뚝 끊긴 듯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 안개 속에서 알 수 없는 형체들이 희미하게 스쳐간다.


돼지를 보거나 똥을 보는, 이른바 길몽이라 불리는 꿈을 꿀 때도 있고, 좋아하는 배우나 대통령이 직장 상사나 가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로또를 산 적도 있지만, 결과는 늘 뻔했다.


꿈속에서 화장실을 찾아 헤매거나, 사무실을 찾지 못해 빌딩 층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도 잦다.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 골목마다 발길을 옮길 때도 있다. 깨어나면 식은땀에 흠뻑 젖기도 하고, 때론 같은 꿈이 시리즈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아기를 안거나 등에 업는 꿈을 꾸면 이상하게도 근심거리가 생기곤 한다. 낯선 사람들과 험난한 지형에서 테니스를 치는 황당한 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혀 개연성 없는 상황 속에서, 순간 나는 꿈에서 깨어난다.


얼마 전에는 조금 달랐다. 피곤을 안고 침대에 눕자 금세 잠에 빠졌다. 새벽녘에 잠시 깼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꿈속의 방은 현실처럼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때, 까만 옷에 까만 모자를 눌러쓴 낯선 존재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목소리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두 발을 뻗어 그 형체를 밀쳐내자, 그것은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저승사자 같지는 않았지만, 발끝에 닿는 감각이 너무도 생생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눈을 뜨고 나서도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다. 나는 무엇을 밀어낸 것일까.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꿈은 종종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이나 욕망을 반영한다고 한다. 검은 형체는 내 안의 불안을 상징했을까? 아니면 버려야 할 어떤 집착이었을까?


꿈과 수면은 어떤 관계인가? 꿈을 많이 꾸면 잠의 질이 떨어지는 걸까. 혹은 꿈 없는 깊은 잠이야말로 좋은 수면일까. 양질의 수면이 뇌의 창의성을 키우고 치매를 예방한다는데, 불면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은 왠지 섬뜩하다.


프로이드는 “꿈은 억눌린 욕망의 표현”이라 했고, 융은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라 했다. 그렇다면 내 안에 잠겨 있던 욕망은 무엇이고, 무의식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그날, 오랫동안 요양병원에 계시던 옛 직장 선배의 부음을 들었다. 새벽의 검은 그림자와 부음은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 말하는 속설도 있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오늘 밤만큼은 꿈 없는 꿀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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