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찐 테니스 동지들과의 가을 라운딩!
드디어 29일, 용인 블루원 C.C로 향했다.
8시 19분 티업이라 아침부터 부산했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자동차를 처분한 뒤라 요즘은 운동하러 갈 때는 아들이 분당까지 데려다 준다.
며칠 전에는 조금 닳아있는 골프화를 접착제로 붙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작은아들이 새 신발을 선물해주었다. 덕분에 이날은 괜스레 기분이 업되었다.
6시 무렵 출발해 도착하니, 클럽하우스에서 우거지탕으로 아침 때우고 준비해온 커피를 함께 나누어 마셨다. 이윽고 카트에 올라탔다.
첫 홀, 내가 첫 타자였다.
‘가볍게 치자’ 속으로 생각했지만, 힘이 들어갔는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멀리건을 받고 다시 쳤지만 이번엔 공이 벙커 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첫 홀부터 멘붕이다.
어제 스크린 연습장에서 아이들과 칠 땐 그토록 잘 맞았는데,
그건 어제일 뿐인가!
골프를 시작한 지 어느덧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엔 ‘나와는 거리가 먼 운동’이라 여겼다.
배울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월급쟁이가 무슨 돈으로?” 그건 나에게 사치야! 하며 스스로 외면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명 같았던 테니스를 더 이상 못하게 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렛슨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인연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골프는 좋아하는 만큼 잘하기 힘든 운동이고, 못하지만 끊기도 어려운 공놀이”라구.
또 골프는 아무리 쫓아가도 잡히지 않는다. 십 년을 쳐도 어느 날 아침엔 어떻게 쳐야 할 지 모를 때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명언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여태 해오던 다른 운동과도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
살아 움직이는 공을 치는 것과, 정지된(죽은)공을 살려야 하는 일이라,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첫 홀의 속상함이 있었지만 드라이버는 그럭저럭 잘 맞았다.
그러나 문제는 숏게임이었다.
에이프런까지 잘 붙여놓고도 투펏, 쓰리펏을 밥 먹듯 편하게 했다.
어쩌나 맞이한‘버디 찬스’는 그렇게‘더블 보기’로 끝냈다.휴~
필드에서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큰 샷도 중요하지만, 자잘한 샷이 승부를 가른다.”
삶도 그렇다.
중요한 일 못지않게 사소한 일들에도 현명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드에 평탄한 곳이 없듯, 인생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벙커에 빠지기도, 해저드에 공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에 맞고 되돌아와 OB를 면하는 행운도 있다.
삶이란, 그 모든 변수를 안고도 끝내 나아가는 과정 아닐까.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진 초록빛 필드,
넓디넓은 하늘 아래 서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
골프의 진짜 매력은 어쩌면 그 순간의 충만함일 것이다.
한 홀을 망쳐도 다음 홀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실패는 다음 샷을 향한 다짐으로 이어진다.
평지, 오르막, 내리막, 벙커, 해저드, OB….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서 끝내 마음을 다잡는 일,
그게 바로 인생이고, 또 골프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인내를 가르치고, 여유를 일깨우며,
삶을 돌아보게 하며 깨달음을 준다.
의기양양하게 나섰던 그날,
결국 돌아올 때는 간신히 백순이를 면한 성적표였다.
그마저도 캐디의 도움 덕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 라운드가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한 번,
“이번엔 제대로 쳐보자!”는 다짐으로 새벽을 맞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