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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읽은 ‘프랑켄슈타인’

by 김세은


무겁게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프랑켄슈타인’

.

우연히 채널 돌리다 ‘역사 이야기꾼들’ 베틀 쇼에서 그 영화 이야기 들으며

네플릭스를 검색하게 한다.


처음엔 괴물의 흉측한 얼굴에 채널을 돌릴 뻔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끌리는 뭔가가 결국 원작 소설까지 구입해 읽었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영화와 메리 셀리의 원작소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느낌이 든다.

줄거리와 배경도 다르고 괴물의 성격, 결말도 조금은 색다른 정서로

마무리 되었다.


막상 책을 펼쳐 든 순간, 19세 소녀 메리 셀리가 이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두려움과 연민, 인간의 오만과 고독이 뒤엉킨 문장들이

마치 안개 속에서 손을 뻗어 오는 것처럼 보는 내내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메리 셀리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사랑 때문에 집안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로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지만,

네 명의 아이를 잃으며 상실과 불행한 삶의 연속이었다.


1815년, 작가부부와 시인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 폴리토리와 함께 네 명이 유럽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해. 유령소설 등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우리도 괴기 소설을 써보자”하며 장난기가 발동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놀라울 만큼 사소한 상황 속에서 불멸의 이야기가 태어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괴물의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던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주 빅터의 이름이었다.

괴물의 이름은 없었다.

그저 피조물, 생명체, 악마, 그 존재로만 불렸다.

이름조차 허용 받지 못한 탄생이었다.


괴물을 만든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생명을 창조하는 ‘신의 영역’을 향해 무모하게 손을 뻗었다.

그 집착과 광기가 결국 괴물을 탄생시키지만,

정작 그는 끔찍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내버려 둔 채 도망친다..

책은 바로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마치 오늘날의 유전자 조작, 인간 복제, 인공지능 논쟁을 미리 예견한 듯하다

세포 복제에 의한 생명의 변형과 창조가 가능해져

이것이 인류의 축복인지 재앙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과학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할까?

윤리적 책임감 없는 과학기술은 결국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파괴시킨다.


괴물은 처음부터 악하지 않았다.

그는 말하고 싶었고, 사랑 받고 싶었고,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싶었다.

주워 읽은 책으로 인간의 언어를 배웠고,

오두막의 가족을 숨어 지켜보며 ‘저들 중 하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그의 외모 앞에서 인간은 잔혹했다.

거친 소리, 돌멩이, 비명, 공포.

사람들의 편견은 결국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첫 페이지에 등장한 창조주에게 던지는 이말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빚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무심코 던지는 이말‘누가 낳아 달라 했어?’어딘지 닮은 듯하다.


사랑 받을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

그 외로움은 얼마나 깊고 어두웠을까.

나는 괴물의 분노보다 그 고독이 더 무섭고 슬펐다.


창조주와 피조물은 모두 자신이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넘으려다

서로의 삶을 파괴하며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과학적 지식들을 동원해 생명의 비밀을 밝혀 내고자 했던 빅토르,

후회와 두려움 속에서 고통의 삶을 살아야 했던 천재과학자의 어리석음과

안타까움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특히 오두막집에서 나누었던 편견 없이 마음을 나누었던 할아버지와의

따뜻한 대화, 괴물의 희망 어린 이야기 속에서 순수함과 인간의 외로움을 보았고 진한 연민과 슬픔, 먹먹함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책을 덮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 본다.


“나는 외모와 조건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한 적이 없었는가.”

“나는 내가 만든 말, 결정, 행동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지려 했는가?


200년 전에 쓰인 소설이 지금,AI 시대에 우리 마음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건 왜 일까?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던져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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