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
'올해는 한 달에 책 한 권씩 읽자!'
가장 많이 보이는 새해 다짐 중 하나이다. 여러분 중에서도 저런 새해에 독서에 대한 다짐을 하신 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 책들 읽고 계신지?
아마 거의 모든 새해 다짐이 그러하듯 3월 정도 되면 여러분의 다짐은 거의 시들해졌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의지의 서랍 속에 새해 목표들을 고이고이 모아 내년에 다시 꺼내기 위해 잘 정돈해놓았을 것이다. 필자도 영어공부를 하자는 다짐을 했는데 흐지부지 되었다. 내년에 다시....
어쨌든 주제로 돌아와서, 여러분은 왜 굳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로는 어휘력 증가, 문장력 증대, 지식의 축적, 그냥 교양 있어 보여서 등등....
사실 여러분이 책을 굳이 읽으려고 하는 이유를 굳이 물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말한 게 얼추 맞지 않을까?
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 대충 일 년에 60-70권 정도(이 정도면 많다고 해주시길.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많다더라) 읽는 것 같다. 좋아하는 장르는 고전문학, 인문학, 그리고 내 전공 관련 서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여러분이 한번 보시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사실 나는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마인드여서 여러분이 내 글을 보시고 새해마다 굳이 스트레스를 안 받으셔도 나는 만족한다.
1. 시간 때우기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때우기이다. 무슨 이유가 저래?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나에게 어휘력 증가, 문장력 증가, 말을 잘해짐, 글을 잘 써짐, 지식 축적 등등은 전부 책 읽기의 부가적 효과일 뿐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출퇴근 길에 혹은 주말에 할 것이 없을 때 시간을 때우는 용도일 뿐이다. 나는 출퇴근이 왕복 2-3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지하철로 갈아타는데 버스에서 유튜브를 보면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난다. 오히려 나는 책을 읽는 것이 멀미가 덜하다. 원래 음악 듣는 취미는 없기도 하고.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별거 없지 않은가? 나에게 있어서 책은 그냥 출퇴근 길에 시간 때우는 용도일 뿐이다. 계속 그렇게 출퇴근 시간에 읽다 보니 주말에도 시간 때울 때 책을 찾게 되었을 뿐이다.
굳이 굳이 독서가 지루한 사람이 지루한 출퇴근길에 독서를 해서 스트레스를 더 받을 필요가 있는가? 굳이 책 읽으면 멀미하는 사람이 버스에서 책을 읽어서 멀미 때문에 하루를 망칠 필요가 있는가? 주말에 밖에 나가서 노는 게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은 사람이 굳이 방 안에 앉아서 책을 읽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을지? 나는 본인에게 맞는 취미를 즐기면 그걸로 된다는 입장이다. 유튜브를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도 얼마나 많은 지식이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심지어 재밌다.
2. 재밌어서
재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나무위키를 매우 즐겨보는 편이었는데, 하루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나무위키를 보는 나를 발견하고서, '하루에 글자를 이렇게 많이 읽는데 그러지 말고 책을 한번 읽어볼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취미로써의 독서의 시발점이다. 글을 읽는 것은 재밌다. 여러분들 해리포터 같은 책 보면 정말 하루날밤 꼬박 새우면서 읽을 수 있다. 나도 한때 추리소설만 읽었던 적도 있다. 왜? 재밌으려고. 책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이건 철저히 취미 활동이다. 재미가 없으면 취미 활동은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왜 재미없는 회사 생활을 끝내고 재밌는 걸 해야 한다. 그게 독서다. 재미가 없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회사 생활 끝나고 싫은 것 억지로 하려고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굳이 있는지? 그런 독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냥 새해 다짐으로 끝날뿐이다. 재밌는 거 읽으시라. 재미없으면? 영화 보고 게임하고 넷플릭스 보시라. 나는 영화도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도 훌륭한 두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가적인 효과들 제외하고서라도 하루에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푹 쉬시라. 스트레스받는 취미활동은 오래 못 간다.
3. 주변에 자랑할 수 있는 취미
취미 얘기가 나올 때 독서라고 하면 뭔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낀다.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인데, 내가 취미가 독서라고 하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는 눈치였다. 누군가가 3초 안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대보라고 하기에 나는 그때당시 읽고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꺼내서 보여줬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확 달라지던 게 느껴졌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은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뭔가 어려워 보이고 무거워 보이는 벽돌 책을 들고 있으면 펌핑된 나의 이두근과 함께 나의 어깨가 자존감으로 한없이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도 독서를 하는 것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열거해 봤다. 사실 보니 별거 없지 않은가? 나는 그냥 철저히 독서를 취미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새해다짐으로 세운 목표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아하셨으면 한다. 독서로 얻는 지식이나 문장력은 사실 별거 없다. 지식은 유튜브에서 더 쉽게 얻을 수 있고, 문장력은 글을 많이 쓰고 말을 많이 해야 는다. 그냥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책 한번 읽어보시고 나랑 안 맞는다 싶으면 덮어버리시라.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 받을 일을 찾아가면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