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면적 럭셔리: <Art of Luxury>전

물질과 정신, 시간의 교차점으로서의 럭셔리

by 소영

풍요를 뜻하는 라틴어 ‘Luxus(럭셔스)’에서 파생된 ‘럭셔리’는 사치, 호화로운 사치품 혹은 호사를 의미하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물질성뿐 아니라 시간성과 체험의 측면에서 희소성의 가치까지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미술관과 R.LUX의 공동기획전 ‘Art of Luxury’전은 조선시대의 백자부터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시대적 배경하에 창작되어 온 예술작품을 통해, 물질성과 정신성을 포괄하는 럭셔리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과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을 비롯한 저명한 작가들의 대표작 총 28점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미술관_아트 오브 럭셔리_포스터_01.jpg


‘Art of Luxury’는 시대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모해 온 럭셔리의 가치와 속성을 물질성, 정신성, (시간의) 초월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조명한다.


첫 번째 섹션인 ‘Material Luxury’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등 저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적 세계를 확립한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화려한 외면과 창조성이 부각되는 럭셔리의 물질적인 속성을 보여준다.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제는 예술작품을 넘어 그 자체로 럭셔리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대표적인 저명한 작품들을 배치함으로써, 럭셔리로서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1_쿠사마 야요이, Pumpkin, 2010s, FRP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urethane paint, 270 x 270 x 270 cm.jpg 쿠사마 야요이, Pumpkin, 2010s, FRP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urethane paint, 270 x 270 x 270 cm

특히,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은 예술 작품과 일상 속 럭셔리의 경계가 모호해진 오늘날의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루이비통과 야요이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Louis Vuitton x Yayoi Kusama 컬렉션'에서 럭셔리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루이비통의 가방과 의류, 액세서리는 야요이만의 독특한 오브제와 무한함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재해석되었다. 이는 상호가 지니고 있는 평범함 너머의 독창적인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예술작품의 확장이자 럭셔리의 예술적 재창조였다.




오늘날에 이르러 단순히 고가의 물건이나 희소한 상품을 넘어 경험과 감정, 윤리적 가치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가치들이 럭셔리의 속성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3_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 1965, 캔버스에 유채, 177 x 126.5 cm.jpg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 1965, 캔버스에 유채, 177 x 126.5 cm

전시의 두 번째 섹션 ‘Spiritual Luxury’는 정신성의 표출을 시도하는 작품들을 통해 이러한 럭셔리의 정신적인 속성을 조명한다. 특히 다양한 방식의 내적 탐구를 지향하던 단색화 작품들은 정신적 속성으로 말미암은 현대적 럭셔리의 특성을 대표한다. 나아가 다양한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한 현대 도예 작품과 이를 모티프로 한 입체 회화는 한국의 미와 정신성을 지닌 ’달항아리‘라는 오브제가 현대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서울미술관_아트 오브 럭셔리_전경_011.jpg

이어지는 ‘Timeless Luxury’ 섹션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한국의 미를 간직해 온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초월적 속성으로서의 럭셔리를 엿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면서도 그 세월만큼의 깊이를 빛나는 달항아리는 조명 아래 빛을 내며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예술을 조화롭게 병치함으로써 럭셔리의 다면적인 속성을 새롭게 조명한 시도였다. 특히, 그동안 주로 물질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던 럭셔리의 의미와 가치를 정신적 요소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관객들은 전을 통해 럭셔리, 나아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럭셔리의 의미를 다각도로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기대한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839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르누보 너머 ‘무하 스타일’이 남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