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사 미국 이민
아래에 쓴 글의 연속편이다.
https://brunch.co.kr/@ce9f23f318404eb/3
간호사의 경우 이미 정보 공유가 많이 되어 있어서 이 글이 특별한 정보값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H-1B 적용이 안 되는 걸로 안다. 그리고 유학을 통해 간호대를 졸업해도 OPT는 1년이 나오고 STEM extension이 되지 않는 걸로 알고.
그러다 보니 간호사가 이민 신분을 해결하는 가장 흔한 길은 EB-3라고 불리는 영주권인 걸로 안다. 지난 글을 읽은 분들은 좀 이상하다 싶으실 것 같다. H-1B도 고용주가 7개월 기다린다고 주저하고 안 해주는데, 된다는 보장도 마찬가지로 없는 (그렇지만 확률이 좀더 높긴 하다) 데다 짧아야 1년 보통 2, 3년 걸릴 영주권이 나오기까지 고용주가 기다려 준다는 게 직관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는 부족하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엔지니어가 부족하다, 부족하다 하지만 간호사는 그보다 더 부족한 것 같다. 그러니까 심지어 그 1 ~ 3년을 참고, 스폰서를 하는 병원도 있기는 있나 보다. 이게 일반적인 경우일 거라곤 보지 않는다. 특정 자리 오프닝을 냈는데, 1-3년간 못 채울 거 같아 최종적으로 올지 마음 바꿀지도 모르는 이를 마냥 기다린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닐 테고, 보통은 뽑아서 나중에 배치하는 쪽에 가까울 것 같은데.
아마 좀더 흔한 케이스는 소위 third party인 staffing company가 영주권을 스폰서 해서 뽑은 다음 2, 3년 후 해당 간호사가 들어오면 그때 가서 마침 열려 있는 병원 오프닝을 보고 찔러주는 쪽일 듯 싶다. IT 업계에서 보듯 시민권/영주권/이미 와 있고 이민 신분이 되는 외국인만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면 이런 류의 용역 회사가 설 자리는 별로 없을 텐데, 간호사는 꽤 높은 비율이 에이전시를 통해 채용이 되고, 에이전시는 그 수요를 국내 간호사 인력만으로는 충당을 못 시킨다. 찾아보니 여기에 국내 에이전시까지 붙어서 지원자에게 돈을 받고 미국 에이전시로 넘겨주던데... 그건 이민법상 허용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이런 staffing agency가 제법 많다. 구글, 넷플릭스, 우버 등 크고 괜찮은 회사들은 대개 리크루터를 직고용한다. 하지만 시스코 같은 회사들은 상당 부분 외주를 준다. 그리고, 그런 리크루터들이 물어온 지원자가 회사에 들어가면, 그때 회사가 리크루터에게 수수료를 주는 게 보통이다. 직고용을 릴레이 해주는 거라서, 회사에서 OPT로 일을 시키다가 H-1B를 스폰서 해주고 회사에 따라 좀 지나면 영주권을 스폰서 해주거나 말거나 한다.
한데 간호업계는 좀 달라 보이고.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다.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첫째, 에이전시의 정직원이지 병원 정직원이 아니니 보통 병원이 해주는 의료보험이 없지 않나 싶다. 계약직은 베네핏을 병원이 "줄 수도" 있지만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은 병원이 주는 게 아니라 (보통 병원이 주는 보험은 괜찮은 축에 든다) 에이전시가 해준다면 병원 것만큼 좋은 보험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해주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좋은 보험을 하려면 에이전시 것을 opt out을 하고 간호사 개인이 제대로 된 보험을 따로 구매해야 할 듯 싶은데 꽤 비싼 편이다. 구글 같은 데서 주는 보험은 3인 가족 기준으로 매달 약 2.5천 달러 정도 된다. 둘째, 이상하게도 "의무 기간"과 "페널티"가 있다는 것 등인데. 사실 그게 전부 미국 법리로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 미국은 오자마자 직원을 다음날 잘라도 고용주가 자른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다. 주에 따라 그렇게 자르면 몇 주간 기본급 기준으로 일정 정도 월급을 주고 어쩌고 해야 하기도 한데 그게 다고. 마찬가지로 직원도 들어간 다음날 사표를 이메일로 쓰고 나가도 회사는 할말이 없다. H1B도 아니고 영주권은 일단 그린 카드를 손에 쥐면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에이전시를 보다 보니 "취소" 운운이 있던데, 그 "취소"가 되는 것도 일정 기간 내이지, 한 여섯달만 지나도 안 되는 걸로 안다. 그리고 이 "취소"는 미국 이민국 입장에서 그 에이전시의 향후 영주권 신청들을 고려할 때 반영될 것 같고, 거의 안 할 것 같아 보인다. 페널티도... 보통 원청인 병원과 간호사가 일정 기간 내에 떠나면 무료로 대체 인력을 찾거나 원청이 agency에 준 수수료를 돌려주거나 하는 식일 텐데, 여기서 간호사가 옆 병원에서 내가 받는 거 두 배 준다니 그리로 가겠다고 했을 때, agency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우 한 달 만에 나가면 그 회사 블랙 리스트에 올라가고 sign on 보너스가 취소된다. 그 이상은 들어본 적이 없고.
하여튼 잡음이 있을 수는 있다. 이를테면, 구두로 응급실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건 누구도 모른다, 왜냐하면 2, 3년 뒤 수요를 보고 지금 뽑아 영주권을 해주니까) 나중에 요양원으로 보냈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내 생각엔 (법적 조언 아님) 이쯤이면 변호사 끼고 계약 파기해도 할 말 없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또 한국 간호사가 그 구두 계약을 녹음하는 습관이 있으셨을지?
어쨌거나...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agency를 고용주로 EB-3를 받아 미국에 건너 온 다음, 그 고용주가 그 간호사를 넘기는 병원으로 가서 일정 기간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 그게 끝나고 나거나 어쨌든 그 계약이 중지되면 자유의 몸이고, 아마 직접 병원들을 컨택하고 이력서를 내고 인터뷰를 봐서 이주/일을 하게 된다. 에이전시를 낀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일단 영주권을 쥐고 1, 2년 내에 자유의 몸이 된다면, 사람들이 흔히 "미국 시민권/영주권의 가치는 10억" 운운도 하는 걸 생각해 보면, 한국의 간호사 처우를 생각해 보면 전혀 나쁜 거래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의사는 또 다른 얘기다. 수련의 자리든 전문의 자리든 페이 닥터라면, 마찬가지 물음이 된다. 이민 신분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것이다.
의사는 h-1b에 해당이 되지만 지난 글에 설명한 이유로 h-1b로 의사를 뽑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시민권자/영주권자/다른 신분으로 이미 미국 와 있는 외국인을 다 제끼고 한국 의사를 뽑을 동기가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러니 7개월씩 불확정성을 안고 기다려줄 고용주도 별로 없다.
미국 전문의를 하려면 인턴만 하면 되는지 레지던트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알기론 페이를 10만대 중후반 어디에서 받을 계획이 아니라면 미국서 레지던트를 하기는 해야 하는 듯 싶다. 한국 레지던트 경력은 인정 안 되는 걸로 안다. 레지던트나 인턴 자리도 월급을 주기 때문에 고용이고. 이런 자리에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들이려면 마찬가지로 h-1b든 뭐든 신분이 필요하다.
레지던트 자리도 전문의와 비슷한 이유로 h-1b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 기관, 비영리 대학병원 등 일부에서만 가능할 텐데, 이런 곳들은 또 시민권자/영주권자/와 있는 외국인으로 대충 자리를 채울 수 있다.
외국서 의대를 마친 이들이 수련 자리로 가면 대부분은 J-1으로 아는데, J-1은 몇 년 동안 연장 가능하긴 하나 2년 거주 의무가 생긴다. 이 2년 거주 의무는 J-1 도중에 시민권자와 결혼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가서 2년 살고 오면 리셋 되어 다시 시작이다. 그래서 경력이 약한 한국 의사, 그러니까 전공의 과정 중간쯤의 한국인이 미국에 와서 잡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도 외지로 갈수록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외지에서 한 5년쯤 봉직을 하면 (페이도 더 적게 준다) J-1 2년 거주 의무도 웨이브 해주고 영주권도 주는 제도는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서 의사직을 접고 그 5년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가족이 있으면 더 힘든 일일 것이고. 그런 지역은 총기 보유도 더 흔하고 인종차별도 더 심하다. 턱시도를 차려 입고 길을 잘못 든 아시안이 백인 마을에 들어갔다가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오래 되지 않았다.
경력이 되는 분들의 경우 아마도 EB-2 NIW나 EB-1A 같은 것을 노려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런 자리도 쿼터가 있다. EB-1A에 대응되는 이공계 영주권은 EB-1C일 텐데, 대충 대기업 임원급으로 알고 있다. EB-2 NIW는 좀더 기준이 낮은데, 박사 과정 중에 탑 컨퍼런스 두세개에 1저자로 논문 냈고 그거 갖고 강력한 추천서 써줄 다른 학교 교수도 좀 있고 하면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박사 과정이면 너나 나나 받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건 안 되는 건 아닌데 "이민변호사"가 바람을 넣는 것 만큼 쉬운 자리는 아니다. (시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시민권자/영주권자만으로는 부족한 과가 있기는 하나 (많진 않다), 그런 과도 이미 미국 내에 와 있는 외국인에게 J-1 주는 걸로 채우고 있다. 그래서 영주권 버퍼링을 해주는 staffing agency도 없고 H-1B를 스폰서 해주는 곳도 제한적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소아과 의사나 내과 의사는 유색 인종이 많다. 그런데 여러 정형 외과 의사를 개인적인 이유로 봐야 했지만 비-백인 정형외과 의사는 여태 한 사람도 못 봤다. 소아과 의사 평균 연봉은 20만 달러 초반이지만 정형외과는 50만 달러 중반대이다. 한국 의사들(전문의 얘기)이 3분 진료도 있고 노동 강도도 강한 건 사실이지만 노동 시간은 미국 대비 더 길지 않다. 수입은 '평균적으로' 미국이 좀더 높거나 비슷하나 큰 차이가 없다. 액면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은 한국 대비 일인당 GDP가 두 배고, 그거 벌어서 구매 가능한 재화와 용역을 생각해 보면 비슷하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는 이민 장벽이 있고, 의사의 경우 그 장벽이 꽤 높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니까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USMLE 공부하고 영어 시험 보는 수준의 간단한 일은 아닐 공산이 크다. 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간호사의 경우 (간호사는 수입 간호사의 국적 3위가 한국인 걸로 안다)와 달리 검증된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