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 Oct 26. 2024

'화목'  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

나의 결혼 이야기

우자가 그리는 결혼생활은 '가족의 연합'에 가깝고 제가 그리는 결혼생활은 '독립'에 가까웠습니다.

배우자와 많은 감정소모를 했지만 결국 서로 정도의 차이 일 뿐. 힘들지만 조율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가의 가족분들은 너무 복잡하고 조율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시가 가족분들은 때때로 관습적인 며느리상을 원하시기도 하시지만 개개인으로 대화하면 정말 좋은 분들이시고 시어머니는 존경스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연합'이 되면 저는 왜 과하게 느껴지고 가치관이 달라 힘들까요?


아래는 시가에서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화들입니다.


#1. 시가 제사음식을 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야 하는 시간을 정할 때 시누이분들은 실시간 서로 연락하셔서 모이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저는 모두 모이시는 시간보다 한참 일찍 갔고 나중에서야 모이시는 시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 김장날을 정하거나 가족여행을 계획하거나 가족분들 모두 모여야 하는 행사인데 모두의 의견을 듣는 회의 형식을 거치지 않고 일부가 이미 정하시고 갑자기 물어보시면 예, 아니오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아니오 라는 선택을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아니오라고 하면 마치 화목을 깨는 악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3. 시가에 모이면 하루를 통으로 비우게 됩니다. 밤늦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임을 위한 날이라고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가족분들이 개인의 용무를 보시고 다시 시가에 돌아오시기도 하셨습니다. 일부러 용무를 보시고 온 것이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족수가 많은 상황인데 왜 공정하고 공평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실까요?

처음엔 '관습적인 며느리상을 원하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세대가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일화들을 보시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가 모든 분들은 위의 일화 같은 상황들을 납득하고 아무 불편 없이 만족하는 상태일까요? 제가 모든 분의 생각을 알 수 없으나 소수 분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배우자의 설명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가족문화로 익숙해져 굳어진 것 같고 성향과 사정에 따라 주도하는 일부와 맞춰주는 일부가 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우자는 시가에서 겪은 일에 공감을 잘 못합니다. 감정을 제외하고 조율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약을 하자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소수가 적어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일화들을 따로따로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시가에 몇 시간 일찍 갈 수 있고 저의 의견을 못 물어보실 수 있고 하루 통으로 비워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회성', '단발성', '어쩌다 보니', '특별한 사정으로' 이런 것이 아니고 인식 없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화목' 뜻이 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이라고 합니다. 서로 뜻이 맞으려면 당연히 가족 모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합니다. 모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에 현 상황의 인식을 같이 해야 진전이 가능한데 배우자의 설명대로 시가 가족분들은 가족문화처럼 굳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소수만 불편을 느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족모두 어떤 인식을 같이 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가치를 우선해야 화목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분의 의견을 적용할 수 없어도 인식이 같다면 '일회성', '단발성', '어쩌다 보니', '특별한 사정으로'가 납득이 되고 맞춰 줄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가치가 없다면 소수가 맞춰주는 것에 아무런 인식을 못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나아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답답하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니 속이 후련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했으니 기회가 온다면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pixabay

작가의 이전글 내가 좋아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