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애널리틱스 입문서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는 을지로에 위치해 있다. 점심시간에 나가보면 주로 2030 세대의 젊은 직원들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와 함께 삼삼오오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컨설팅 수행을 위해 지방 산업단지에 머물며 점심시간을 둘러보면 을지로와 대조적으로 상대적으로 나이 든 직원들이 주를 이룬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의 노령화를 직접 눈으로 체감하는 느낌이 들면서 되어 이질감을 주곤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령화지수(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노령화지수는 181.2로, 2014년의 87.0, 2004년의 43.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4년에는 393.1, 2044년에는 454.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4년 기준 지난 20년간 노령화지수가 313%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20년간 151%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급격한 노령화는 기업의 인력 수급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현재 몇몇 대기업에서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사관리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인력 공급 측면에서 회사 고용 브랜드를 관리하고, 인력의 온보딩(On-Boarding) 교육을 실시하며 교육 전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인력 수급을 위해 대학 및 고등학교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라이프 사이클 복리후생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재무 및 전략 관점에서 핵심 공정과 경쟁력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순환 배치를 확대하며, 멘토링 제도를 실시하는 등 인력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해외 진출을 검토하는 등 기업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미래를 계획하고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골든타임을 넘어선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하나의 명제처럼 되어 버린 ‘중소기업은 인력수급이 힘들다’의 결과가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얼마전 컨설팅으로 방문한 모 기업은 창립 50년이 된 상시근로자 수 100명이 넘는 우리나라 대표 뿌리기업 중 한 곳인데 이 회사의 평균연령은 55세가 넘는다. 연령을 가지고 분포도를 그려보면 20대 직원이 이상값(Outlier)으로 간주될 정도다.
현장과 산업이 너무 빠르게 늙어왔으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 소리만 듣고도 불량원인을 찾아내거나 품질활동을 바탕으로 현장 내 혁신을 이끌어 내는 등 눈에 보이지 않고 재무제표에 잡히진 않치만 회사의 무형자산인 숙련공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이탈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전국 현장을 매주 돌아다니다보면 "과연 앞으로 현재의 구조에서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앞으로 성장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뒷받침해줄 자원과 지원이 충분한지?" 라는 위기감이 매번 든다.
얼마전 다녀온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이사님께서 우리회사의 현재 위치와 본인이 설계한 전략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질문을 해주셨다. 재무제표부터 비즈니스 및 HR 부분까지 포함한 People Analytics 관점에서 진단을 하고 필자의 경험을 덧붙여 약 30분 정도 발표를 하였는데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며 상당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셨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인사노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부족하는 등 중소기업 현장에서 People Anaytics를 도입하고 데이터 중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전국 여러 기업을 돌아다니다보면 화려한 통계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특정 연령층의 이탈 현황을 부서별, 시기별로 분석한다면..", "공정에 따른 투입인력과 근로시간을 분석하여 특징을 군집화 해본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게 분명히 있다.
현재의 중소기업 성장곡선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People Analytics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며 중소벤처기업부,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기관들이 선두가 되어 인력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개설, 전략&People Anaytics 컨설팅 지원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