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
5:50 알람소리에 일어나야 하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머리와 딱딱한 어깨는 매트리스와의 헤어짐을 힘겨워한다. 하지만 이내 두 발은 허공을 차올려 그 반동으로 허리를 세워 앉는다.
눈 뜨면 리모컨을 눌러 EBS2 아침영어를 봐왔는데 요사이 시국이 어수선하여 뉴스 채널을 먼저 눌러본다.
볼상사나운 인물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내 나름대로 나의 하루 시작을 상쾌하게 시작하려면 날 선 소리를 없애고 라디오의 음악 채널을 틀어야 한다. 멀티태스킹이 별 건가!
우유 한 잔 데워서 검정콩 한 숟갈과 꿀 한 숟갈, 계란과 몇 알의 방울토마토로 든든히 속을 채운 후 어제의 묵은 때를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씻어내고 선풍기 앞에서 몇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털어내고 섹시해 보이는(그렇다고 누가 보지도 않지만) 빨간 삼각팬티를 골라 입는다.
이어폰을 끼고 방한귀마개를 하고 털장갑까지 끼면 출근 준비가 다 된 것이다.
4Km, 라이딩 12분 거리이지만 오늘 하루 받을 스트레스를 미리 풀어내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 녹차 티백 두 개를 뜯어 머그잔에 담아 정수기에서 온수를 담아낸다.
여기까지가 어김없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루틴'이다.
출렁거리는 머그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사무실 옆 계단에 서서 희뿌연 하늘 밑 회색거리를 내려본다.
희한하다. 이리도 변함이 없을까. 그제도 어제도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여자 셋은 각자 스쿠터를 타고 일렬로 줄 맞추어 나란히 지나간다.
변한 것이라면 그녀들의 옷이 계절을 알려주는 정도이랄까.
사진 빌려 온 곳: 경향신문 - [노래와 세상] 이층에서 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