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녀는 이혼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는 몰랐다. 너무 안타까울 수가 없다. 외국 사람과 결혼하면 항상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가 결혼 생활에 큰 걸림돌인 것 같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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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만에서 유학하는 중 현지인 남편을 만났다. 그녀는 대만 사람만큼이나 중국어를 잘 구사하지만, 그 남편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당연하듯 결혼하고 곧이어 귀여운 아들과 딸도 이 세상에서 태어났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로맨스 드라마인 같았다. 그러나 부부간의 문제는 그 가족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와 그 남편의 생각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한국에서 사는 것은 항상 아내의 도움이 필요했다. 심지어 다니는 직장도 아내가 아는 사람의 작은 회사였다. 한국에서는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내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직장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아내가 달려와 해결하곤 했다. 그리고, 아내와 문제를 상의해야만 했다. 그녀는 점점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와 남편은 맞벌이이다 보니 아내의 부모님은 오셔서 두 아이를 봐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의 문제에도 간섭하게 되었다. 남편은 자기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보니 점점 무기력에 빠져갔다. 남편은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빨리 대만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지만, 아내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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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면서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아내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많은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부모님이 두 아이를 돌보니까 그녀는 걱정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남편이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 불편한 것을 겪어야 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편도 저절로 적응할 줄로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을 설득해 결혼 후 처음으로 자기만의 집을 마련했다. 그 집은 신축 아파트 1층이어서 놀이터가 창문으로 보였다. 그 덕분에 거기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희망찬 가족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아파트 대출금을 매달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녀는 이 가족의 희망찬 미래를 지키고자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 돈을 더 벌려고 회사 일과 개인 사업을 무리하게 동시에 진행했다. 매일 밖에서 일하고 파김치가 된 그녀가 집에 들어오면 기다리는 것은 이것저것 불평불만을 하는 남편과 상대하는 것이었다. 서로가 자기 입장만 이해해달라고 결국 싸우는 일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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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남편은 아내가 자기와 대만으로 돌아갈 기미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결국 혼자 대만으로 떠나갔다. 그녀는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두 아이를 혼자 키워야만 했다. 그렇게 떠난 후 처음 한동안 명절이 되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몇 번 가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도 일하느라 바쁘고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느라 아빠를 만날 기회가 줄어 들었다.
두 사람이 이혼하는 시점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때였다. 남편은 아빠와 사별한 뒤 아마 인생이 짧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각자 원하는 삶을 살아야 앞으로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결국 마침내 함께 손을 잡고 가던 두 사람은 그때부터 각자 선택하는 길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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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났다. 왜 이혼했냐는 나의 질문을 듣고 그녀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가 헤어진 것은 내가 캐리어우먼이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녀는 자기가 선택한 길에 후회가 없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 아빠 없이 살아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것은 그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역시도 마찬가지다.내가 지금 몇 학년인지, 내가 지금 관심 갖고 있는 것이 뭔지, 내 친구가 누구인지조차 다 모르는 아빠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그저 서로 인사치레만 하는 관계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점점 아빠를 향한 마음은 서서히 닫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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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이룰 때 행복한 만큼이나, 가정이 깨질 때 그만큼의 슬픔을 품게 된다. 외국인 가정이 갈라지면 한국인 가정보다 더 슬픈 현실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 것은 헤어지고 각자 타국에 살게 돼서 자녀가 부모를 쉽게 만날 수 없어서 그렇다. 심지어 언어의 문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다문화 부부는 상대를 위해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언어, 문화, 습관 등등. 상대가 자신에게 맞춰 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이 상대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 배의 노력은 두 배의 행복을 얻는다. 그러나 멈추면 두 배의 고통이 오게 될 것이다. 배려와 이해, 양보와 헌신, 그것들은 바로 다문화 가정이 두 배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길이다. 물론 두 배나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이 두 배의 행복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