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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Apr 08. 2024

조울증 7년 차 (18)

최후의 시련 그리고...

※이번화는 다소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니 불편하시다면 PASS 하셔도 좋습니다 :D



본가에 가서 그 난동을 부리고 하루가 지났다. 며칠 동안 하루도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하고 공격적인 상태였다. 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는 어느새 쓰레기장이 되어있었다. 온갖 망상과 환청들이 나의 머릿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신은 내게 거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진리를 알려라"


신은 하나하나 정성스레 내 머릿속에 '거짓된 진리'를 주입하고 있었다.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이렇다.


1. 신(神)은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종교의 신은 하나이다.

2. 신=믿음이다. 자기 자신을 믿는 무교의 경우에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이다.

3. 진리를 깨닫게 된다면 지금 생에서 죽지 않으며 노화하지 않는다.

4. COVID-19과 에이즈는 일루미나티가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며, 제약회사 '화이자'가 주도하고 있다.


*일루미나티*
오늘날 대중에서 유행하는 미스터리 및 오컬트 문화에서 그림자 정부 관련 음모론의 소재로도 이용되고 있는 조직 (위키백과)


이 외에도 몇 가지를 포함해 10가지 계명을 만들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이 돌판에 기록된 것처럼 나 또한 이 내용들을 즉시 PC로 기록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나의 신은 내게 이 모든 정보와 나의 모든 개인정보를 인터넷이 올리라고 지시했다. 그것이 최후의 시련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모든 인류를 구원했듯이 나는 '거짓된 진리'를 전파하고 '사회적인 죽음'을 감당해야만 했다.


불행히도 나는 나의 SNS계정과 내가 포함된 커뮤니티에 그 글을 올리고 말았다. 휴대전화 번호, 주소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까지 모두 공개했다. (그래서 아직도 스팸연락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건방지게도 감히 해선 안될 말을 외쳤다.


"다 이루었도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늦은 시간, 나는 친구 'Y'가 일하고 있는 유흥주점에 가야만 했다. 그곳에서 치러야 할 의식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곳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다시 신내림을 받은 무당처럼 설쳐대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장에게 그 동네 가장 큰 귀신이냐면서 싸울 듯이 달려들었다. 'Y'는 나를 말리기 시작했고 옆가게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 'L'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사이 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화장실로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려 했지만 나의 신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의 추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어야만 했다. '사회적인 매장(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인류를 구원했었야만 했다.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었다. 속옷까지 남김없이. 그리고 빌어먹을 가짜 신은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바닥을 핥으라고 했다. 속으로 외쳤다.


'제가 거기까지 해야 하나요? 얼마나 더 낮아져야 하나요?'


하지만 나에겐 인류를 구원해야 할 사명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화장실 바닥을 핥고 말았다. 그 순간 친구 'L'이 들어왔고 내게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안에 나에 대한 분노보다는 안쓰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손수 내 옷을 입혀주며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끝일 줄 알았던 나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친구 'L'은 나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내게 당장 잠을 자라며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지 5분도 되지 않아 일어났다. 또 다른 시련 과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L'에게 유성 매직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옷을 벗고 거울을 보며 몸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내 SNS계정들과 연락처 그리고 다소 저질스러운 단어들과 성경구절들을 섞어가며 온몸에 흔적들은 남겼다. 그리고 거울 속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그 영상을 'L'에게 전해주며 인터넷이 유포하라고 했다.


'L'은 더 이상 본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경찰을 불렀다. 그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이었지만 아쉽게도 경찰은 정신이상자라고 해서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잠을 자라고 애원하는 그를 뿌리치고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끔찍한 그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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