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swimming

Go swimming

by 박선이

내 나이 48세

오늘도 난 직장을 가기 위해 시동을 건다. 평소와 다른 기분으로 말이다. 즐겁고 뭔가 다른 나만의 신선한 에너지를 느끼면서 내 얼굴에 미소가 느껴진다.

지쳐있던 내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건 내 아이도 남편도 친구도 아니다.

세 달 전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수영이다.

어제는 오리발을 끼고 50분간의 수업을 했다. 중급반에서 꼬리에 서서 매번 열심히 죽는 힘을 다해 발차기를 해온 나로서는 이 오리발이라는 것이 나로 하여금 여유와 재미를 느끼게 했다. 처음 느껴본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 몸을 둥둥 뜨게 하는 것이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자유형 열 바퀴를 돌 수 있게 만들었다. 까만 코치샘이 웃으며 "열 바퀴 돌 수 있죠"하며 겪려를 해주었다.

작년 겨울 뒤늦게 의사가 되고자 한 딸은 첫 수능을 치고 계획대로 재수를 하기로 결정했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지 재능이 없는지 헷갈리는 아들은 공고를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나에게도 결혼 20년 만에 아이육아와 돌보기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온 것 같아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내 취미생활 같은...

우리 집에서 갈 수 있는 퍼블릭수영장은 차로 십 분이다. 불편한 콘택렌즈를 겨우 끼우고 난 첫 수영수업을 갔다.

예전모습 그대로 올드한 샤워실은 나를 놀라게 했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딸이 말하는 일명 쫄쫄이를 겨우 입고 이작은 옷이 안 찢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수영모로 내 머리를 감싸는 일은 무슨 큰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집중해야 했다. 다만 씻기를 싫어하는 내게 샤워기의 따뜻한 물줄기는 나만을 집중시켰고 여러 잡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지게 했다.

엄마와 딸, 연인, 부부, 친구 여러 사람들 관계 속에 난 초급이라는 안내문에 따라 물속에 들어갔다.

첫 수업, 발차기연습

까만 코치샘의 지도하에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며 계속 25미터를 반복하여야 했다. 난 겨우 한바뀌를 돌지 못한 채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져 혼잣말이 저절로 나와버렸다."아이고, 디다. 아이고, 개 힘들다"틈틈이 쉴 수 있을 때마다 자연스레 내뱉는 나의 사투리 섞인 아우성에 까르르 웃는 한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는 내 바로 옆에서 뒤에서 함께 첫 수업을 받은 이십 대 아가씨였다. 자기도 똑같이 힘들다며 연거푸 숨을 내쉬며 헐떡이고 있었다. 눈이 동그라니 참 순수해 보였다. 우린 서로가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서로의 웃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오십 분이라는 첫 시간은 코치샘의 힘찬 구령과 나의 웃음과 숨참으로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결혼 후 이십 년 만에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엄밀히 말해 과거의 나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사실 직장에서 너무 안조일로 머리가 지끈거렸던 나였고 그렇다고 딱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가슴만 답답하던 차였다. 하지만 수영수업을 받는 동안 오로지 거친 내 숨소리와 내 몸동작 하나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직장인도 엄마도 아내도 며느리도 아닌 유일한 나

나 자신한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시간과 그러므로 해서 예전의 나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나는 진도에 맞추어 유튜브를 보고 또 연습을 하고 잘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또 연습을 한다.

'몸에 힘을 빼

천천히 코로 내 뱉고 입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내 몸의 손과 발 머리에 집중해

물의 흐름을 느껴봐

넌 할 수 있어' 수영을 연습하기 전 내가 찾은 나의 소리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는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지금 48세이며 여러 가지 복잡한 관계 속에서 복잡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 지으며 말이다.

그래도 내게 인생의 여유를 부릴 때가 지금이라면 수영이라는 첫 취미생활은 유일하게 나 자신만을 볼 수 있고 나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찾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일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 저녁을 준비한 다음 오늘도 숨이 가빠 허덕거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수영장에 가기 위해 시동을 건다. 가끔 소풍 가는 아이처럼 신이 난 기분으로 나 자신만을 채울 수 있는 재미난 시간여행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