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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Dec 18. 202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 나비넥타이 "

평론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과 ' 나비넥타이 '

     권력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두 소설

문학은 언제나 사회와 개인을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조직과 권력,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갈등을 다룬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문열의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과 이윤기의 ' 나비넥타이 ' 는 각각 교실과 회사라는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의 본질과 인간의 도덕적 갈등을 탐구한 소설이다.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서사의 전개 방식, 권력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권력의 억압과 대중의 방관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권력의 작동 방식과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 그리고 그것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 억압적 권력과 대중의 순응

이문열의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 질서를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교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야기는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주인공 한병태와 그가 다니게 된 교실의 반장 엄석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엄석대

엄석대는 힘과 두려움을 기반으로 교실을 지배하는 인물이다. 그는 폭력과 권위로 반 친구들을 억압하며 자신만의 질서를 만든다. 그의 지배는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순응하게 만드는 데까지 이른다. 엄석대는 친구들에게 두려움과 동경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그의 권위는 교사의 묵인 아래 더욱 공고해진다.

병태의 저항과 굴복

한병태는 처음에는 엄석대의 권위에 저항하려 하지만, 점차 그의 질서에 순응하게 된다. 병태의 굴복은 단순히 개인의 패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방관과 묵인이 억압적 권력의 성립과 지속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 전체의 축소판으로 읽히며,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대중이 보여준 순응과 침묵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 나비넥타이 ' : 권위와 도덕적 딜레마

이윤기의 ' 나비넥타이 ' 는 1990년대 이후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억압적 조직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회사라는 공간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조직이자 권력의 작동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무대다. 이 소설은 조직 내 권위와 억압,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도덕적 갈등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나비넥타이의 상징성

소설 제목인 ‘ 나비넥타이 ’ 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권력과 억압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나비넥타이를 매는 상사는 권위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 권위의 이면에는 공허함과 부조리가 깃들어 있다. 나비넥타이는 외적 권위와 내적 불안을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으로, 조직 내 인간관계의 위선을 암시한다.

도덕적 딜레마

소설 속 인물들은 상사의 부조리한 행동과 조직의 비합리성을 목격하지만, 이를 묵인하거나 회피한다. 개인의 윤리적 갈등과 조직의 생존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현대인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나비넥타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 : 억압과 방관

두 소설은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과 상황 속에서 전개되지만, 공통적으로 권력의 억압과 대중의 방관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고 있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에서 병태를 비롯한 학생들은 엄석대의 권력에 굴복하며, 그의 억압을 묵인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동참한다.

' 나비넥타이 ' 에서도 회사 내 인물들은 상사의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거부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공통점은 인간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탐구하게 만든다. 두 작품은 모두 억압적 권력의 지속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그것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대중의 태도에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두 작품의 차이점 : 권력의 본질에 대한 접근법

두 소설은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1.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은 권력의 작동 방식을 한 개인(엄석대)을 중심으로 묘사한다. 엄석대는 권력의 화신이자 억압의 주체로서 존재하며, 병태와 학생들은 그의 권력 아래 수동적인 방관자들로 그려진다.

2. 반면, ' 나비넥타이 ' 는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억압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지에 주목한다. 여기서 권력은 특정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가진 비합리적인 속성으로 나타난다.

이 차이는 시대적 배경과 맥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 군사정권 아래의 권위주의적 질서를 반영한다면, ' 나비넥타이 ' 는 민주화 이후 산업화 사회에서 발생한 조직 내부의 억압과 갈등을 다룬다.

현대 사회와의 연결 : 두 작품이 던지는 질문

두 소설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권력과 억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은 대중의 순응과 방관이 권력의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탐구하며, 우리의 침묵이 권력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나비넥타이 ' 는 조직 내 비합리성에 직면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윤리적 갈등과 현실적 생존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결론

이문열의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과 이윤기의 ' 나비넥타이 ' 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권력의 본질과 인간 심리를 탐구한 수작이다. 두 작품은 권력의 억압과 대중의 방관, 그리고 개인의 도덕적 갈등이라는 주제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두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문학적 성찰은 우리가 권력과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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