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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 시 '

평론

by 주연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원태연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원태연의 시 '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 은 짧은 산문 형태의 시적 구조 안에 밀도 높은 감정을 담아낸다.


시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문장의 반복, 단어의 리듬, 그리고 ' 너 ' 라는 지시어의 고정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같은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무런 꾸밈없이 직진하는 이 감정의 언어...
시가 지닌 힘은 ' 거창한 수사 ' 에 있지 않다.





'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
'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
'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

이 시는 ' 다시 ' 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 다시 ’ 라는 말은 이미 그 일이 한 번 있었다는 걸 전제로 한다.

한 번의 만남, 사랑, 그리움이 있었고, 그것이 지나간 후의 시간을 전제한다. 그리고 다시 그 감정을 겪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변함없이 ‘ 너 ’ 여야 한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 너 ' 가 시 속 화자의 전 생애, 혹은 기억, 혹은 사랑의 전부라는 점이다.

독자들은 이 반복적인 구조 안에서 사랑의 순환성을 목도한다.


우리는 살면서 또 사랑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 다시 ’ 도 결국엔 ' 너 ' 로 수렴된다는 선언은, 그 사람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깊은 존재였는지를 말해준다.





모든 줄 끝은 ‘ 너 ’ 로 닫힌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지평에서 ' 너 ' 라는 한 사람만이 주어이자 객체가 된다. 다른 어떤 대체어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 너 ’ 만이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그만큼 이 시는 개인적인 서사다. 그러나 원태연의 시가 가지는 대중적 힘은, 그 철저히 개인적인 고백이 읽는 이들 모두에게 익숙한 감정으로 변환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각자의 ‘ 너 ’ 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오래된 연인이거나, 첫사랑이거나, 혹은 헤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시의 ' 너 ' 는 특정하지 않아서 보편적이고, 너무도 간절해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시의 마지막에서 어조가 확 달라진다.

'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

이 지점에서 시는 반복을 깨는 방식으로 감정의 절정을 찍는다.

이제까지의 반복은 감정의 확신을 보여주는 형식이었다면, 여기서는 그 반복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로 돌아선다.


' 이별 ' 과 ' 떠나보냄 '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감정은 이성을 완전히 넘어선다. ' 두 번 죽어도 너와는... ' 이라는 종결부는 미완의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미완이 오히려 감정을 더 절절하게 남긴다. 완결된 말보다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듯 남겨진 여운이 더 오래 가슴에 맺힌다.

이건 단순히 ' 너와의 이별은 싫다 ' 는 뜻을 넘어서, ' 너와의 이별은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 ' 이라는 고백이다.


한 번 죽는 것도 모자라 두 번 죽어도 그 고통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이 절규는 진부한 사랑의 언어를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





원태연은 한국 현대시에서 보기 드물게 감정의 직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종종 ‘ 문장 같고, 일기 같고, 메시지 같다 ’ 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모든 형식을 통틀어도, 그의 시가 가진 감정의 힘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 시는 그가 가진 감정 언어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랑, 그리움, 그리고 절대적 감정의 깊이.


‘ 복잡한 언어로 표현해야만 시인가 ’ 라는 질문에, 원태연은 언제나 한 줄로 대답한다.


사랑은 복잡할 필요 없다고, 진심은 단순한 말 안에 다 들어있다고.





이 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또 사랑이 오가지만, 결국은 단 한 사람에게로 회귀하는 마음. 그것이 ' 너 ' 다. 그리고 이 ' 너 ' 를 향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시인은 다시 누군가를 만나도, 사랑해도, 그리워해도, 떠나보낼 수 없는 한 사람 !


결국 그의 사랑은 ' 너 ' 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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