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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 이야기.

by Andy Liu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Learning Another Language is essentially Embracing the Culture and Emotional Tone of that Society).“


나의 전공은 ‘중어중문학’이다.


대학때 어문학을 선택한 이유는

철없던 시절 딱히 전공으로 삼고 싶었던 학문도,

장래에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내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어문학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기에…



사실 나는 고교 1학년이 될때까지

해외는 물론, 국내선 비행기도 한 번 타본 적 없는

서울 토박이 촌놈 이었다.


그러던 내가 아버지의 은덕을 입어

가족과 함께 돌연 일본으로 이주를 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당시 대기업 주재원으로 갑작스레 일본에 파견을 나가게 되셨고,

그 덕에 군복무 중이었던 형님을 제외하고 어머니와 나는 1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하고 떠나야만 했다.


당연히 일본어를 습득할 기회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간단한 히라카나 가타카나만 외우고 일본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일본이라는 이국 땅을 밝게된 나는

강렬한 호기심, 설레임과 함께

사실 마음 속은 거의 패닉상태에 가까웠다.


비행기가 일본 오사카(関西)공항의 활주로를 달리던 순간,

두 주먹은 나도 모르게 불끈 쥐어졌고,


처음으로 일본 이민국 심사대를 지나던 그 순간의 긴장감과 생소함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고교 유학시절 3년간을 거쳐

나는 생전 처음으로 모국어가 아닌, 제1 외국어를 비로소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마무시하게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그리고 시간을 투자한 댓가로…



이렇게 고교시절 처음 펼쳐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 그리고 정복(?)의 기쁨은 이후의 내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고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도 별다른 뚜렷한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했던 나는 차순(次顺)으로 중국어라는 또다른 정복의 대상을 본능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사회에 나와 미국계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게 된 나는,

언어적인 메리트로 인해 처음 일본에서 4년, 그 후 중국에서 15년을 근무하게 되었다.


중어중문과 전공이긴 했지만,

처음 몇 년간은 현지 직원 및 고객들과 중국어로만 소통하고, 생활하는 것이 사실 쉽지 만은 않았다.


외국인으로서 많은 문화적 차이와, 편견, 불필요한 오해들과 싸워야만 했고,

항상 이방인이라는 사실에 홀로 고독감을 삼켜야 했다.


그래도 자신을 스스로 외국인이라 치부하지 않고,

그들과 동등하게 일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꾸준히 이해하려 부단히 애쓴 결과,


몇몇 새로 입사한 동료들로 부터는

처음 20~30 분간 업무적으로 소통할 때까지는 내가 외국인 인줄도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중국에는 56개의 소수 민족과 방언이 있어, 조선족도 그들 중 하나에 포함된다 )



당시 나의 상사는 호주인, 일본인, 중국인, 영국인 등이 있었으니,

일본과 중국에 근무할 때도 일어, 중국어 외에 영어를 사용할 기회도 많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언어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그냥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국적이 어떻든 간에 내가 소속된 팀과 잘 융화하며,

요행을 바라지 않고 그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 하에 경쟁하고,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것 뿐이다.



아직 그 모든 언어에 통달한 것은 아니지만,

2024년 부터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면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외 마인어(Bahasa)라는 5번째 언어에 도전중 이다.


학습과 마찬가지로 나는 언어에도 특별한 재능(Talent)이나 왕도(王道)는 없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늘고,

아무리 유창했다 하더라도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거나 접촉하지 않으면 다시 멀어지는 것이 언어이다.


또 다양한 외국어를 사용하다보면

환경에 따라 일시적으로 다른 외국어와의 혼동 혹은 버퍼링(Buffering)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가 어려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우리 말을 습득해 왔듯,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때론 매우 고통스럽고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지금 인니에 살고있는 내게

그 일본어와 중국어 실력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이 다 내 삶의 일부이며, 지금 내 사고와 철학을 구성하는 자양분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그 언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를 습득하는 것 뿐만 이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며,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온 몸으로 받아 들여 그것과 융화되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세계의 겹(Layer)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또하나의 세계를 배워가고 있다.”



#언어습득의과정 #새로운세계에대한도전 #열정 #삶의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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