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 활용법
회사에서 선배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후배
by Watermelon Feb 6. 2025
난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과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9년 차 차장이다.
이제 일한 지 딱 반년 된 S 사원.
유능하고 똑똑한 친구이지만,
생각보다 알려줘야 할 것들이 생긴다.
일을 같이하다 보면 매번 깨닫는다.
아... 이런걸 내가 알려줬어야 하는구나.
그래서 종종 답답하다.
우린 업무량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S 사원 때문에 업무가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는 것 같고, 그냥 내가 다 해버리면 이미 다 끝났을 텐데, 이 친구를 키우고 성장하게 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을 배분하다 보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난 S 사원이
방해물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을 크게 바꾼 일이 있었다.
S 사원에게 한 캠페인의 배너 브리프를
맡긴 적이 있었다.
그가 처음 써보는 브리프라서, 브리프를 위한 브리프를 작성해서 전달했다.
그리고 그 브리프를 전달한 지 무려 3일과 주말이 지나서 제작팀에게 브리프해야 하는 당일 아침에서야 가지고 온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해서 최종적으로 제작팀에게 전달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브리프를 다시 읽어보니,
내가 호로록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작성했을 브리프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의 브리프였다.
애초에 이미 캠페인의 방향성이 다 정해졌고, 메시지의 우선순위도 명확했기에 배너 브리프를 부사수에게 맡겼다. 그래서 내가 작성했다면, 딱히 브리프 할 것이 없으니 길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
반면, S 사원에게 이 업무를 배분해야겠다고 판단한 순간, S 사원이 이 과제를 이해하고 브리프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가 되었기에,
더 고민했고,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본 브리프가 작성되었다.
S 사원에게 이 커뮤니케이션은 네가 메일 보내라고 하면, 나라면 그냥 쭉 써 내려가고 검토도 하지 않고 보냈을 간단한 메일을 한 시간씩 고민해서 정리해 온다.
그리고 고민한 만큼, 더 명확하고 깔끔하고,
핑퐁 없이 한 번에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빠르게 쳐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지만,
때론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S 사원이 나를 뒤쳐지게 하는 방해꾼이 아니라,
내 과속을 방지하는 과속방지턱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덕분에 내가 더 안정적으로
더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둘이 1+1 = 3 이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