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 활용법

회사에서 선배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후배

by Watermelon

난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과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9년 차 차장이다.

이제 일한 지 딱 반년 된 S 사원.

유능하고 똑똑한 친구이지만,

생각보다 알려줘야 할 것들이 생긴다.

일을 같이하다 보면 매번 깨닫는다.

아... 이런걸 내가 알려줬어야 하는구나.


그래서 종종 답답하다.

우린 업무량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S 사원 때문에 업무가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는 것 같고, 그냥 내가 다 해버리면 이미 다 끝났을 텐데, 이 친구를 키우고 성장하게 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을 배분하다 보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난 S 사원이

방해물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을 크게 바꾼 일이 있었다.


S 사원에게 한 캠페인의 배너 브리프를

맡긴 적이 있었다.

그가 처음 써보는 브리프라서, 브리프를 위한 브리프를 작성해서 전달했다.

그리고 그 브리프를 전달한 지 무려 3일과 주말이 지나서 제작팀에게 브리프해야 하는 당일 아침에서야 가지고 온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해서 최종적으로 제작팀에게 전달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브리프를 다시 읽어보니,

내가 호로록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작성했을 브리프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의 브리프였다.


애초에 이미 캠페인의 방향성이 다 정해졌고, 메시지의 우선순위도 명확했기에 배너 브리프를 부사수에게 맡겼다. 그래서 내가 작성했다면, 딱히 브리프 할 것이 없으니 길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

반면, S 사원에게 이 업무를 배분해야겠다고 판단한 순간, S 사원이 이 과제를 이해하고 브리프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가 되었기에,

더 고민했고,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본 브리프가 작성되었다.


S 사원에게 이 커뮤니케이션은 네가 메일 보내라고 하면, 나라면 그냥 쭉 써 내려가고 검토도 하지 않고 보냈을 간단한 메일을 한 시간씩 고민해서 정리해 온다.

그리고 고민한 만큼, 더 명확하고 깔끔하고,

핑퐁 없이 한 번에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빠르게 쳐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지만,

때론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S 사원이 나를 뒤쳐지게 하는 방해꾼이 아니라,

내 과속을 방지하는 과속방지턱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덕분에 내가 더 안정적으로

더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둘이 1+1 = 3 이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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