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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MJ Jul 26. 2024

뉘앙스, 그 예술적인 감각에 대하여

음색, 명도, 채도, 색상, 어감 따위의 미묘한 느낌이나 인상의 차이

뉘앙스 캐치는 내가 취약한 부분이다. 타고난 재능이 분명 있을 것만 같다.

타고난 재주도 없을뿐더러 직업특성상 발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누구보다 좁은 분야의 연구를 내가 가장 많이 해봤기 때문에 내가 전문가여만 하고 내가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청자가 아닌 화자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가장 많이 해본 연구결과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레퍼런스로 인용될 수 없다. 그저 무능한 연구원이 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에 대한 무력감의 타격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가 꽤나 클 것이다.


내가 결과에 대해 확신 있게 말하지 못하면 모두가 불안해하고, 확신 있게 말한다 하더라도 불신에 가득 쌓인

질문들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가설 > 검증> 결론을 팩트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결론이 팩트는 맞지만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항상 예외사항이 발생하고, 가설 자체가 틀린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내 결과에 대한 공유를 할 때가 가장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또 그 조심스러운 태도가 때로는 물어뜯기기 좋은 발언이 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로 검증 조차 하지 않은 허상의 기술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연구원도 종종 있다.


내가 읽은 책 중 ‘개소리는 세상을 어떻게 정복했는가’와 ‘집단 착각’이 이런 나의 고민을 조금이나 위안해 주었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물어뜯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서 간의 입장차이인 것을 이해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었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닌 개소리를 믿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다.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실입니까?’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중에서)

‘믿음은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믿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믿음은 집단의 힘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계속 반복되는 정보를 통해서 믿음은 더욱 공고히 만들어진다.’

(집단착각 중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보면 선척적으로 뉘앙스 캐치와 소통에 능한 사람들이 또한 그런 직업을 잘 찾는 것 같다.

그리고 후천적으로 예를 들면, 문만 열고 들어와도 저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상담사나 의사들,

또는 상대방이 어떤 걸 원하는지 캐치해야 하는 영업/마케팅/기획 같은 전략가와 협상가들의  분야에서는 더욱더 그런 능력이 빛을 발한다.


핑계일수도 있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타고난 캐치업 능력의 부족과 발달되지 않은 스킬이

개인관계에서 꽤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하지만 반대로 논리적인 반증에 대한 질문에도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하는 장점도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이 부분은 늘 경계하려고 주의한다…)


모든 것이 다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도 있다. 가족과 친구의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 필요로 하는 것이 그 사람들이 말하는 뉘앙스를 캐치하는 능력인 것 같다.

이 능력은 분명 발달될 수 있는 스킬이다.

나 또한 감정적인 언어로 말을 하고, 그런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내뱉을 때,

심지어 감정적인 말조차 내뱉지 않았을 때도 그 미묘한  비언어적 요소를  뉘앙스로 캐치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확실하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그냥 알아주었으면 하는

그런 지친 날들이 있다. 그런 날에는 그게 또 그렇게 따뜻했다.


대체로 뉘앙스캐치가 빠른 사람들은 본인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들을 위해서 나도 그들의 뉘앙스를 캐치하려고 노력 중이다.

부작용이 날 때도 많지만 노력하다 보면 그런 고급스러운 뉘앙스 캐치 스킬을 가질 수 있겠지 하고.


그런데 정말 영어의 뉘앙스를 탐색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전에 비언어적 뉘앙스 캐치 능력이 발달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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