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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MJ Aug 10. 2024

분자식 CH3CH2OH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무라카미하루키)

분자식 화합물 CH3CH2OH, 그러니까 에탄올, 그러니까 술에 대하여.


술술술에 대하여 말하자면 술술술 할말이 너무도 많을테지만,

나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이고 연구주제도 어찌보면 술과 관련이 있을정도로 관심분야이다.

술을좋아한다고 하면 호탕한 술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않은가 싶은데,

술에 대한 취향을 분류해보자면 술자리보다는 혼술을 선호하고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소주는 마시지 못한다.

이상하게 소주를 마시면 숙취가 온다. 이 숙취는 분자식 CH3CHO 아세트알데하이드>에타날

이 나쁜놈 때문이라고 한다.

애주가라고 하기엔 또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고 그러니까 그냥 관심분야 중 하나로 분류하려고 한다.


패션의 TPO(Time, Place, Occasion)에는 관심이 없지만, 술의 TPO는 굉장히 따진다.

보통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마리아주라고 하는데  다른 술과 음식에도 마리아주가 있고

때에 따른 술의 궁합도 있는데, 이 술의 TPO를 다른 단어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날씨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에 따라서, 술잔에 따라서, 함께하는 영화나 책에 따라서, 대화의 주제에 따라서

이렇게 많은 변수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술을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의 수가 많아 늘 새롭다.


뉴질랜드에 와서는 당연히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다. 와인도 즐겨마시지만

술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술인것같다.

생산년도나 보관조건에 가장 예민한듯하고 뉴질랜드에서 너무 맛있게 마신 와인을 한국에 돌아가서 마셨는데

엄청 실망한 기억이 있다. 술은 여행을 하지 않은 술이, 그러니까 운반과정이 없을수록 가장 본연의 맛을 보존하기 쉽다고 한다.

여행의 설레는 분위기탓도 있겠지만 그래서 여행지에서 증류소나 와이너리, 브루어리에서 마시는 술이 그렇게 맛이 좋다.

크라이스트 처치 근교 페가수스베이 와이너리

실험실 컨셉의 링컨에 있는 브루어리



한국은 위스키생산량이 거의없지만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장소들이 은근 많다.

좋은 사운드로 음악을 감상하며 술을 마실수 있는 수원 화성의 조용한 골방

복작복작한 판교 퇴근길에 숨겨져있는 위스키바

부산의 한적한 골목에 숨겨져있는 위스키 포차. 위스키바인데 포차처럼 정겹다.

위스키 포차 후 해장 술을 마실수 있는 근처 돼지국밥집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기내나 공항 라운지도 좋은 추억이 많다.


“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 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적어도 나는-

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의 우리의 언어가 위스라면,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중에서-



셀 수없이 많은 ‘짠’을 나눴지만, 그중에 우리는  얼마를 기억할 수 있겠니

알콜이 해독되면 우리는 맨 정신에 살아가고 우리는 또 짠을 하며 처음처럼 이야기할거야.

때로는 이렇게 멍청하게 살아도 좋은것 같아, 늘 심각할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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