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러갔는데 눈을봤어
추석 공휴일에 친구들이 여행을 왔다.
약 7일도안되는 짧은 일정의 여행이었지만
기억은 여정과 꼭 비례하는것은 아니니까, 짧아도 좋다.
귀한 시간을 내서 오는 친구들에게 풍부한 컨텐츠를 주고싶은 마음에
여행은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했다.
정확히 말하면 150km밖에 주행이 안되는 전기차로는 일정이 무리였다.
예상했던 계획에서 후커밸리 트래킹만 제외하고 다 했으나, 너무 전투적인 여행이었나 싶다.
1일차 : 오클랜드 와이헤케섬 , 와이너리
2일차 : 오클랜드 시티, 치치로 이동
3일차 : 테카포로
4일차 : 테카포
5일차 : 아카로아
6일차 : 마루우이 스프링
7일차 : 치치
테카포는 2회차 방문인데 이전에는 여름에 방문했었고
9월중순이니 이번에는 겨울-봄 사이다.
사실 봄인줄알았고 친구들에게 반바지를 들고 오라고했다.
봄이 아니라 완연한 겨울이었다.
욕먹었다…^^
테카포호수는 호수가 있는 작은 마을인데,
호수가 석회질의 영향으로 푸른빛이 반사되어 예쁘다.
이전에 홋카이도에서 봤던 청의호수와 같은 원리인것같다.
비교하자면 청의 호수가 더 작아서인지 훨씬더 에메랄드빛이고 테카포 호수는 그냥 푸르다.
근처에있는 푸카키 호수가 조금 더 에메랄드빛이다.
바다를 보러 가면 가끔 그 거친 파도에 겁이나 무서운 감정이 드는데,
호수를 보고 있으면 잔잔해져 조금은 쓸쓸한 감정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혼자일때는 나에게 바다와 호수는 용기를 가져야 갈 수 있는 곳이기도하다.
(나약한 나자신….)
호수 주변은 항상 강풍이 분다. 아…다시봐도 너무추웠다!!
테카포호수는 별을 보러가는곳으로 유명하고 근처에 천문대도 있다.
대기질이 좋고 공기가 건조해서 별과 오로라를 관측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말도 안되는 폭설이왔다. 그래서 별은 보지못했고
눈덮인 마을과 설산을 원없이 보고 왔다. 오히려 좋았다.
PlanA를 가지고있어도 때로는 뜬금없는 결과가 더 좋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세렌디피티의 서사.
후커밸리설산 트래킹을 하기 최적의 날씨였을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행은 아쉬움이 남아야 또 오게되는거니 다음을 기약한다..
잠든사이 밤새 눈이 얼마나왔는지 문을열고 깨끗한 눈을 밟고 그 깊이를 재볼때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어 사소한 행복을 느꼈다.
경험이 많아지면 새로움의 기회는 줄어들테지만 여전히 사소함에 설렐수있는 어른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