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1
지난해 흰색 카디건을 잃어버렸다. 들고 다니다 어딘가에 놓고 잊어버린 것 같은데 확실치 않지만 택시 안에 놨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날 다닌 동선을 생각했을 때 택시가 제일 유력했다.
지지난주 출근할 때 입으려고 검은색 카디건을 찾았다. 옷걸이에 잘 걸려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얇고 긴 옷이라 가끔 옷장 바닥에 떨어져 있을 때가 있어 바닥을 들춰봤는데 없다. 마지막으로 입었던 게 언제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출근할 때 들고나갔다가 집에 들어올 때 입고 온 게 기억난다. 엄마도 그날을 기억하신다. 혹시 세탁하려고 빨래 바구니에 넣었나 싶어 뒤졌지만 보이지 않는다. 빨랫줄에도 없다. 혹시 헬스장 락커룸에 놓고 왔나 싶어 확인했으나 없단다. 도무지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까맣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깜빡여도 대체로 어렴풋이 잃어버린 곳을 기억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이럴 때 좀 겁난다. 치매도 아니고 기억상실증도 아니고 급한 일 때문에 정신을 빼놓은 일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신을 잃었던 사람처럼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지. 이러다가는 매일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록 사진을 찍어놔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2년 전 선글라스 2개를 연이어 잃어버렸을 때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몰랐지만, 그때는 일 때문에 돌아다닌 곳이 하도 많아 그중 어딘가에서 (화장실 혹은 식당) 잃어버렸을 것으로 짐작하여 그저 잃어버린 선글라스가 아깝기만 했다. 이번에 잃어버린 여름용 카디건은 10년쯤 된 옷이고, 주머니가 뜯어져 기워 입은 낡은 옷이다. 여름마다 민소매 상의 위에 간편하게 입기 좋아 애용하던 옷이라 아까운 마음과 동시에 나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기억 공백에 내내 머릿속을 떠다닌다.
제발 나타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