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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방기

2025. 9. 2

by 지홀

출근길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겨우 교통카드를 찍고 기사님 좌석 출입문 앞에 꼼짝없이 갇혔다. 기사님을 향해 서 있다가 버스 앞창 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다. 휴대폰을 보기에도 공간이 마땅치 않아 그냥 멍하니 앞을 보다가 문득 운전대 옆에 놓인 cctv 화면을 봤다. 5~6개 화면이 나눠져 보였다. 버스 안 뒤쪽 출입문에 서 있던 사람들이 정류장마다 하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 양 옆 사이드 미러가 보이는 화면에는 버스 양 옆 차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 화면에는 아주 신기한 모습이 잡혔다. 바로 버스 지붕이 보이는 화면이다. 위에서 버스를 내려다보는 구도인데, 카메라가 어디 부착되어 있는 건지 여엉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버스가 맞는지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버스가 움직이고 멈출 때 화면에도 똑같이 그렇게 보이는 걸로 봐서 분명 이 버스를 찍고 있는 게 맞았다. 인도에 면한 정류장에 멈춰 섰을 때 가로등에 설치된 카메라로 보는 건가 싶었는데 달릴 때를 떠올리니 그 가설은 맞지 않았다. 설사 가로등마다 카메라를 설치했다 쳐도 버스가 중앙선 차선을 갈 때는 지붕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듯 정면으로 찍을 수 있지 않다.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버스에 카메라를 부착했을 것 같은데 카메라를 어디에 달았는지 의아했다. 지붕 위에 달았다면 지붕이 이렇게 멀리 보이지 않을 텐데. 화면에 보이는 버스 지붕은 아주 원거리에서 버스 한 대만 딱 보이는 구도다. 몇 정거장을 궁금해하다가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기사님에게 물었다.


"이 화면은 어떻게 찍는 거예요?"

"지붕에 카메라가 있어요"

"그래요? 근데 렌즈 방향이 이렇게 멀게 찍을 수 있어요?"


그러자 기사님은 "솔직히 지붕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하신다. 어떻게 찍는지 별 관심 없는 표정을 짓는다. 궁긍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결국 AI에게 물었더니 명쾌한 답을 알려준다.

버스 외관 지붕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은 어라운드 뷰(around view) 또는 서라운드 시스템(surround view)을 사용한 것입니다.

어라운드뷰 시스템의 작동 원리
카메라 설치 위치:
1. 버스 앞범퍼 중앙부
2. 버스 뒤 범퍼 중앙부
3. 양쪽 사이드미러 아래쪽 또는 측면 하단부
총 4개의 카메라가 각각 다른 방향을 촬영

영상 처리 방식:
1. 4개의 카메로 자동차의 360도 주변을 모두 촬영하여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차량 주변을 한 화면에 보여줍니다
2. 각 카메라의 영상을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합성
3. 버스 모델의 3D 이미지와 결합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화면 구성
4. 이때 버스 외관도 함께 보이게 됩니다

버스 외관이 보이는 이유:
1. 시스템이 미리 저장된 버스의 3D 모델 이미지를 사용
2. 실제 카메라로 찍은 주변 영상과 가상의 버스 모델을 합성
따라서 마치 하늘에서 드론으로 촬영하듯 버스 전체와 주변이 한 화면에 나옵니다

주요 용도:
- 사각지대 확인으로 안전한 운전 지원
- 정류장에서 승객 안전 확인
- 차선 변경 시 측면 상황 파악
- 주차나 후진 시 정확한 거리 판단

이 기술은 원래 고급 승용차에서 시작되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버스나 화물차 등에도 안전성 향상을 위해 널리 적용되고 있습니다.
반갑다, 파란 하늘( 08:43, 08:47, 08:51)
구름이 예뻐서 계속 하늘을 보게 된다(11:45, 13: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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