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30412365

씨앗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by 가끔은

난 부지런한 것 같은데 게으르다. 선택적으로 부지런하달까?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 최대한 손이가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명 알아서 잘 크는 식물들 위주로, 노지월동은 잘 되는지, 장마는 잘 견디는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심하게 가물지 않으면 스스로 조절하는(그런 식물은 없는 듯하다, 잡초 말고는) 그런 식물들을 좋아한다.

손바닥만 한 정원에 가짓수는 얼마나 많은지, 밀식을 즐긴다.


식물들 중에는 뿌리로 번식하는 것들, 또는 매년 나무처럼 다시 가지에서 새순이 나와서 자라는 것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씨앗으로 번식을 한다. 씨앗의 모양도 가지가지이다.

크기가 크고 모양이나 무늬가 독특한 것부터 시작해서 노안이 온 사람들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미세씨앗까지 정말 다양하다. 씨앗부터 존재감을 보이는 식물도 많다. 이를테면 하트무늬를 온몸에 박고 있는 씨앗 같이 말이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는 건 아주 작은 미세씨앗이다. 그렇게 작은 미세씨앗으로부터 시작한 식물의 크기는 정말 어마무시하게 커진다. 작은 미세씨앗이라서 왕창 파종을 하다가는 무지막지하게 자라 잡초처럼 뽑히기 마련이다.


파종의 조건은 빛과 물 그리고 온도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항상 볼 때마다 새롭다.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햇빛이 필요한 광발아인지, 햇빛을 차단해야 하는 암발아인지 구분된다. 물은 싹이 트고 나서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 말리면 안 된다. 그 이후에도 온전한 모습으로 크기 전까지는 밀착관리가 필요하다.


난 아직 내가 씨앗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씨앗. 내가 싹을 틔우려면 햇빛이 필요한지, 햇빛을 피해야 하는 지도 몰랐고, 내가 필요로 하는 물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도 몰랐다.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싹을 틔우진 못한 것 같다. 거창하고 화려한 식물은 아닐지라도 존재가 확실한 무언가가 되길 바란다. 또한 내 마음이 온전히 자라서 다시 씨앗을 퍼트릴 수 있는 아주 작고 미세한 씨앗들을 남기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런 글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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