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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오브 하이재킹

공항 보안구역의 탄생

by 정현재 Jan 30. 2025

한때 공항은 기차역처럼 개방된 공간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탑승구까지 배웅을 나가고, 공항 터미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보안 검색?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나 1968년부터 1972년까지, 4년 동안 130건 이상의 항공기 납치(하이재킹) 사건이 발생하며, 이 낭만적인 여행의 시대는 급격히 종말을 맞이했다.


이 시기를 “골든 에이지 오브 하이재킹(Golden Age of Hijacking)”이라고 부른다. 항공기는 납치범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었고, 공항 보안 체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에 누구나 항공기에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하이재킹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는데, 당시 납치범들의 주된 목적지는 쿠바였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부 범죄자들은 쿠바로 도피하기 위해 비행기를 납치했고,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납치범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며 미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쿠바로 가라! “는 말이 1960~70년대 항공기 납치범들의 유행어가 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에서 출발하는 거의 모든 항공기에는 쿠바로 강제 착륙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하이재킹의 목적은 단순한 도피에서 정치적 요구로 확대되었다. 1970년,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은 네 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납치해 요르단 도슨 필드에 착륙시켰다. 납치된 항공기에는 수백 명의 승객이 인질로 잡혔고, PFLP는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이 이루어졌고 승객들은 풀려났지만, 항공기는 모두 폭파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항공기를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는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당시 공항 보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60년대 말까지 공항은 여행객들에게 최대한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항공권을 구입하면 탑승구까지 가족과 친구가 동행할 수 있었고, 보안 검색이 없으니 누구든지 탑승 직전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짐을 검색하는 절차도 없었다. 이러한 완전히 개방된 환경이 하이재킹의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1972년 한 사건이 공항 보안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1972년 11월, 미국 사상 최악의 하이재킹 사건 중 하나가 발생한다. Southern Airways Flight 49는 미국 남부에서 출발해 여러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편이었다. 그러나 세 명의 무장한 납치범이 비행기를 장악했고,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핵 시설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미국은 냉전 시대였고, 핵전쟁의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납치범들이 항공기를 미사일처럼 이용할 가능성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올랐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정부와 항공 당국은 더 이상 하이재킹을 단순한 범죄로 볼 수 없었다. 이제는 공항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1973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모든 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때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랜드사이드”와 “에어사이드”의 구분이었다. 공항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구역과, 보안 검색을 통과한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보안구역으로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공항 설계는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탑승 전에 보안 검색대를 거쳐야 했고, 금속 탐지기와 X-ray 검사가 도입되었으며, 터미널 내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공항에서 줄을 서서 보안 검색을 받고, 액체류 반입 제한을 따르며, 신발을 벗고 몸수색을 받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공항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고, 이러한 변화는 수많은 하이재킹 사건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9/11 테러 이후에는 더 강력한 보안 조치가 추가되었고, 이제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 되었다. 우리가 공항에서 경험하는 모든 보안 절차는 바로 1970년대 “골든 에이지 오브 하이재킹”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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