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설계사 지배구조
내가 재직 중인 Skidmore, Owings & Merrill이라는 회사는 아주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로 개소 88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부르즈 칼리파, 핸콕타워등 근현대 초고층 건축물 역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기는 미국의 대형 설계회사이다. SOM에서 인터뷰를 볼 때 그리고 지금도 느끼는 가장 독특한 점은 three legged stool - 말 그대로 세 다리를 가진 의자라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매니징, 디자인, 디테일들을 모두 한 명의 건축가가 한다면 우리 사무실은 규모와 사업특성으로 인해 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인, 테크니컬. 세 트랙으로 나누어서 시니어 디자이너레벨부터 전문분야를 가지게 된다. 또한 구조공학자들도 큰 축인데 그들만의 독립적인 조직이 있다.
SOM의 전문가 구조는 아래와 같다. 마치 로펌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CDEFGHIJK, 9개 레벨로 나뉘어 저 일반적으로 Designer - Associate - Principal로 가는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경쟁도 치열하고 길도 멀다. 예를 들어 C레벨은 주니어 디자이너인데 일반적으로 건축대학에서 아주 특출 난 학부생 (SOM 인턴 필수) 혹은 아이비리그 대학원을 졸업한 0-1년 차들이 시작하는 단계이다. 내 직전회사에서는 5년 차에 Associate을 달지만 SOM에서는 5년 차 D 레벨 Intermediate designer/Architect 도 흔하다. F 레벨은 시니어, 스태프, 통상 SOM 내에서 8-10년 차 G 레벨에 이르러서야 Associate 타이틀을 달고 진정한 소속원이자 리더십으로 인정받는 느낌이다.
누구든 궁금하겠지만 보상의 개념은 유별나다. 22명의 오너들, 즉 파트너들이 수익을 나눠가지는 구조이고 그 아래 사장을 위시한 리더십들, 스태프들은 레벨에 맞는 평균임금이 책정되어 있다. 그래서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모든 디자이너들의 성장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는 전설적인 테크니컬 파트너분이 계신데, 취미는 클래식카 모으기 그리고 그 비싸다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라이프스타일은 상상불허이다. 파트너들은 취임 시 혹은 기존 파트너가 은퇴 시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의 파트너십 지배구조로 보이는데 이분이 은퇴하실 때 신규 파트너 3명분의 투자금이 필요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작년에 은퇴하셨음에도 컨설팅 파트너로 재직 중이신데 말 그대로 실력, 카리스마, 경험 지식을 대체할 다음세대가 없다는 점에서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내보내지만 그 반대되는 것 또한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미국회사인 것 맞는 것 같다. 그분 아래서 일해본 바 너무나도 배울 점이 많다.